외교부 권고 무시하고 美여행 간 강경화 남편…與도 비판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0월 4일 15시 21분


野 “국민은 추석 성묘조차 못 갔는데,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
강경화 장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고가의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인 가운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 장관 남편 논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내고 “국민들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다”며 “정작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 이게 제대로 된 문명국가인가”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할 추석을 보내고 있다”며 “국민에게 위로를 주지는 못하고 절망과 분노만 가져다주는 정부, 이게 나라냐고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자 강 장관은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회의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배우자에 대해 귀국을 요청할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외교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전 국가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해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장관의 배우자가 외교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미국 여행을 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는 지난 3일 출국했다.

출국 전 공항에서 취재진과 마주친 이 명예교수는 여행 목적에 대해 “자유여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걱정된다. 그래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간다”고 답했다.

이 명예교수는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과 관련해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공직자 가족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물음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며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에서 요트를 구입한 뒤 미 동부 해안을 따라 항해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이 명예교수가 사려는 요트는 ‘캔터 51 파일럿하우스’(Kanter 51 Pilothouse)로, 최소 2억 원 상당일 것으로 전해졌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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