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경화 남편 요트사러 미국행 부적절 처사” 비판…靑 곤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4일 21시 41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동안 국민들의 고향 방문과 국내외 여행 자제를 당부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미국에 호화 요트 구입 여행을 떠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에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수장의 남편이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조치를 무시하자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부적절한 처사”라며 비판했다.

강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블로그 등에 따르면 이 교수는 미국 뉴저지 인근 뉴욕에서 요트를 구입해 미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 교수가 구입할 것이라 밝힌 요트는 ‘캔터51 파일럿하우스(Kanter 51 Pilothouse)’로 부엌과 객실 3개를 갖췄다. 건조한 지 30년이 지난 중고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약 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자유여행”이라면서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닌데 만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했다. 외교부는 3월 23일부터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에 특별 여행주의보를 내렸다. 여행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취소하거나 자제할 것을 권고한 것.

앞서 이 교수는 6월에도 요트 구입을 위해 그리스행을 계획했다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이 금지됐음을 알고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2월에는 열흘 동안 베트남 호치민을 여행했다. 외교부는 1월 호치민에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 교수는 이후 카리브해 프랑스령인 마르티니크섬도 여행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강 장관 부임 전이기는 하나 2016년부터 본인 소유의 연희동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개조해 임대사업을 할 구상을 블로그에 밝히기도 했다.

강 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상황에 대해 (남편이) 잘 알고 나도 설명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났다. 오래 계획하고 미루다 간 거라 귀국하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Yolo)를 즐긴다.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일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한 최장수 장관이지만 강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없지않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물러날 일은 아니지않느냐”며 일축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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