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인권침해 조사…가해자 71.5%가 지도자
女 46.4% '성폭력 은폐, 팀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
선수 인권보호·개선 제도 마련 충분치 않아 42.1%
전용기 "백화점식 개선방안에도 현장 효용감 낮아"
체육계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에도 실업팀 선수의 13.9%가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폭력·성폭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실업팀 선수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8월3일부터 28일까지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실업팀 선수 9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007명이 응답(응답률 32.0%)했다. 조사는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 익명조사로 진행됐다.
조사에 응답한 실업팀 선수의 13.9%는 ‘최근 3년간 직접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의 72.7%는 언어폭력, 8.2%는 언어폭력을 동반한 신체 폭력에 노출됐다. 발생 장소로는 68.1%가 ‘훈련장소’를 꼽았다.
가해자의 71.5%는 감독·코치 등 ‘지도자’였고, 선배(36.6%)가 뒤를 이었다. 특히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43.4%로 가장 많았다.
권력형 성폭력도 여전했다. 전체 응답자 중 3.1%는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58.1%는 성희롱, 5.1%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응답자의 38.7%가 ‘한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성폭력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스승과 선수 관계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응답이 전체의 65.6%에 달했다.
여성의 경우 46.4%가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로 ‘성폭력 문제로 소속팀의 이미지 훼손이 우려한다’는 응답을 꼽았다.
체육계 폭력과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대책들로 인권침해 사례가 개선되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선수들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사례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긍정적 응답은 48.5%, 부정적 응답은 20.2%였지만 보통이라는 응답도 31.4%로 높았다.
선수의 인권 보호와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는 지에 대해선 부정적 응답이 42.1%로 긍정적 응답(19.2%)보다 높았다.
전 의원은 “정부와 체육계가 선수 인권 개선을 위해 백화점식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현장 효용감은 낮은 것이 드러났다”며 “승리지상주의를 극복하고, 체육계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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