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특별입국절차 시행 합의…기업인들 7개월만에 ‘숨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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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해온 양국 기업인 입국 제한 조치를 풀고 14일 격리 없이 상대국에서 곧바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인 특별입국 절차’를 8일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4월 일방적으로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던 양국 경제 교류가 6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가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외교부는 6일 “우리 기업인이 활동계획서 등 필수 서류를 제출하고 현지에서 규정된 특별 방역 절차를 준수하면 일본 입국 후에도 격리 조치 없이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의 3위 교역대상국이자 2위 인적교류 대상국인 일본과 기업인을 시작으로 인적교류가 본격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 간 합의에 따르면 우선 양국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트랙’이라 불리는 제도를 통해 상대국에 입국해 ‘14일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인을 초청하는 일본 기업이 작성한 서약서 및 활동계획서를 주한 일본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 제출해 비자를 발급 받고, 출국 72시간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수령한 음성확인서를 입국 시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 도착 후 코로나19 검사를 재차 받아야 하며, 일본 내 이동은 14일 동안 전용 차량을 이용해 자택과 근무처를 왕복하는 것으로만 한정된다.

외교당국자는 “일본 입국 자체가 쉽지 않아 기업인들이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일 쌍방향으로) 입국 수요가 있어서 격리 면제 조치로 상당한 인적 교류 재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미 일본이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이달 초 밝힌 가운데, 이날 외교부는 한국인 장기체류자의 입국을 원활히 하기 위한 ‘레지던스 트랙’ 도입도 발표했다. 다만 이 경우 14일 자가 격리는 면제되지 않는다.

한국이 기업인 경제활동 보장을 위해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는 것은 일본이 다섯 번째고, 일본이 같은 절차를 시행하는 것은 한국이 두 번째다. 그만큼 한일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심한 상황에서 교류 재개가 서로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새 내각이 지난달 중순 출범한 것도 합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특별입국절차 개설을 위한 협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내각을 이끌던 7월 말 시작됐으나, 스가 내각 출범 이후로 ‘이르면 9월 말 타결이 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한일 외교가에서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일이 입국 제한 조치로 올해 3월 감정싸움에 가까운 대립을 보인 만큼, 이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한일 관계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 일본이 당시 방역을 이유로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자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주일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외교부 1차관이 오후 늦게 브리핑을 자청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격하게 반응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전반적인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스가 총리 뿐 아니라 집권 자민당 의원들도 ‘징용 문제가 해결돼야 한국과 본격적으로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동아일보에 “현재로선 스가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 참여 차 서울을 방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긍정적 움직임을 살려 징용 해법으로까지 이어져야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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