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재계와의 간담회 자리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이같이 말했다. 직전까지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이른바 ‘경제 3법’을 작심 비판하자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
앞서 10여 분간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경제 3법을 두고 팽팽한 대립각을 이어간 민주당과 재계는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서도 확실한 입장차를 보였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농담으로 자리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면서도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서로 좁힐 수 없는 입장차는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했다.
○ 이낙연 대표, ‘3% 룰’ 완화 여지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경제 3법은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면서 “경제 3법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꿀 순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외국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을 노리게 틈을 열어주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쁜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표가 간담회 직후 ‘경영계 입장 가운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안’을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들이 외국 헤지펀드 표적이 되는 것은 막고 싶다”고 답한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3% 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재계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이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해 한국 기업 이사회를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2.9%, 2.6% 가진 상태에서 경영 참여를 선언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법 개정 시 (제2의 엘리엇을) 막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동현 SK㈜ 사장은 “15년 전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어렵게 지주회사를 만들었는데, 이제 지주회사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주회사를 유지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지주회사의 장점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4%, 5% 식으로 흥정하는 건 곤란하지만 여당이 3% 룰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대한 완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했다. 손 회장도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3% 룰이 가장 문제”라며 “상식선에서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통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15일 민주연구원과 국내 주요 기업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모여 법안 보완에 나설 예정이다.
○ 정기국회 내 처리 방침은 불변
민주당은 ‘3%’ 등 구체적인 숫자에 얽매이진 않겠다면서도 경제 3법의 입법 취지를 현 상태에서 크게 흔들지 않고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후반부에 접어든 만큼 권력 기관 개혁에 이은 경제 개혁도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대선 출마를 고려할 때)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이 대표로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 3법 처리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와 배석한 민주당 김진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는 이유로 (취지를) 오해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 재계 측 참석자는 “이 대표가 ‘열려 있는 스탠스’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며 “다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일부 보완 및 수정은 할 수 있더라도 경제 3법의 큰 방향과 추진 일정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거란 뜻은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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