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사상 최초로 심야에 진행했다. 조명과 불꽃, 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대규모 ‘극장 쇼’처럼 연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미 대남 전략을 실무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관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열병식은 이날 자정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연설을 마치자, 군사퍼레이드를 알리는 전투기가 김일성광장 상공에 도착했다. 전투기는 LED로 추정되는 초록색 빨간색 조명을 장착했다. 전투기는 노동당 마크를 형상화한 대열로 하늘을 가로지르다 축포를 터트리기도 했다. 열병식 시작 7시간 뒤인 이날 오후 중계를 내보낸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은 날아오는 전투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뒷모습을 비췄다. 이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들이 모두 전면등을 켜고 김일성 광장으로 들어왔다. 신형 ICBM 근처에는 드론 카메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북한의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은 김 위원장이 “열병식을 특색 있게 준비하라”고 지시한 결과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월 13일 김 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 있게 준비해 당 창건 75돌에 훌륭한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정치 축전으로 되도록 하기 위핸 대책을 강구했다”고 보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낮보다는 밤에 군사퍼레이드의 시각적 효과가 크다. 무기를 돋보이게 하는 조명 장치를 통해 대내외에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고 분석했다.
열병식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실무 총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여정은 7월 10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미국의)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디브이디(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는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북-미 간 물밑접촉 가능성을 암시한 동시에, 당 창건 75주년 행사에 참고하겠다는 메시지로로도 풀이됐다.
김 위원장이 인민복이 아닌 회색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것도 김여정의 ‘연출력’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맙다는 말을 반복한 김 위원장의 감성적인 연설문에도 김여정이 개입했을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심야 열병식에 대해 “극적인 연출 효과 외에도 미국의 정찰위성에 의한 정보 수집을 경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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