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모에서 가장 최근에 공개한 ICBM인 화성-15형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중국의 ICBM과 비슷하거나 능가하고, 다탄두 성능까지 갖춘 ‘초대형 괴물 ICBM’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미사일”(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이번 미사일은 괴물”(멀리사 해넘 스탠퍼드대 열린핵네트워크 연구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 고이즈미 유(小泉悠)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특임조교는 NHK에 “복수의 탄두를 실은 신형 미사일은 요격이 힘들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에 대해 일정한 핵 억지력을 가진 걸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는 화성-15형에 사용된 액체연료(백두산) 엔진 2개를 배로 늘려 4개를 클러스터링(결합)했고, 2단 추진체는 지난해 말 평북 동창리에서 두 차례 연소시험을 한 새 액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1단 엔진 개수가 늘어나고, 2단 엔진도 신형으로 바뀌면서 연료·산화제 주입량이 늘어나 덩치도 커진 것.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신형 ICBM의 무게는 100t에 이를 것”이라면서 “화성-15형이 실리는 9축형 이동식발사차량(TEL)은 하중을 견디지 못해 11축형 TEL을 개발해 실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신형 ICBM의 탄두 탑재 중량을 1.5t 이상으로 보고 있다. 엔진 추력 등을 감안할 때 화성-15형(600kg 추정)의 최대 3배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화성-15형도 뉴욕과 워싱턴 인근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형 ICBM은 사거리보다 탄두 중량 확대에 치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3개의 핵탄두로 미 본토를 타격하는 다탄두 ICBM으로 봐야 한다는 것.
‘복수의 표적에 동시 다발적 핵 타격이 가능한 미국 중국 러시아의 다탄두(MIRV)’ ICBM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각각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에 정밀 유도하는 후추진체(PBV)가 신형 ICBM에서 구체적으로 관찰되지 않고, 북한의 현 기술로도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 신형 ICBM에는 ‘동일 표적에 여러 발의 핵탄두를 쏟아붓는 다탄두(MRV)’ 기능이 적용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군 관계자는 “MRV형 다탄두 ICBM도 가짜 탄두(디코이)를 섞어 쏠 경우 요격이 힘들다”고 말했다.
신형 ICBM이 액체연료 ICBM으로 판단되면서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 기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고체연료 ICBM은 연료 주입 없이 즉시 발사할 수 있어서 사전 포착이 힘들고 요격 대응 시간도 단축돼 더 위협적이다. 장 교수는 “고체엔진 개발이 힘든 상황에서 탄두 중량을 키운 다탄두 ICBM을 액체엔진으로 만들다 보니 신형 ICBM이 괴이할 정도로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형 ICBM의 크기 때문에 진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옛 소련처럼 ICBM 기술을 과장하려는 북한의 위장전술로 분석하면서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의 지상시험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주목했다. 앙킷 판다 미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열병식에서) 대형무기 모형을 사용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반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1일 “전략무기 개발 주역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원수 칭호가 수여된 점 등은 전략무기 개발의 성과에 대한 인정”이라며 ICBM이 진품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ICBM의 시험 발사 등 전력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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