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압박에 베를린 소녀상 철거명령…한일관계 또다른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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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2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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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일본 TBS 캡처)
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일본 TBS 캡처)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일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계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따르면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독일-일본 간 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지난달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적극적으로 외교적 공세를 펼쳐왔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독일 정부에 요청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도 베를린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는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며, 조만간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 8일 낸 성명에서 “미테구청이 일본 정부 요청을 수용하기 위해 어설픈 주장을 하고 있다”며 “코리아협의회는 투명하게 일해왔고, 일본 정부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독일의 소녀상 철거명령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항의 서한을 유엔에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정의연은 지난 11일 “일본 정부 및 우익단체의 지속적인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압력과 베를린시 미테구의 철거 공문이 여성인권, 평화 문제로서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깎아내린다”고 지적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 역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지시에 항의하며 슈테판 폰 다쎌 베를린 미테구청장 앞으로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인 소연 슈뢰더-김(김소연 씨)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구청의 결정을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이러한 잔인한 전쟁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라며 “베를린 미테구청이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에서도 철거 반대 청원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지 시민들과 교민들은 오는 13일 낮 12시 소녀상 주변에서 철거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각계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 외교부는 민간 차원의 일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녀상 문제를 한일 간 외교전으로 비화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소녀상 설치는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이라며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에 정부가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녀상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추모 교육을 위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조형물”이라며 “이것을 인위적으로 철거하고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일본 스스로 밝힌 바 있는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도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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