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당무감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조직해 놓은 당원협의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또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이 제대로 당원협의회를 이끌지 못한다면 당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당무감사 대상은 올해 총선에서 패배한 당원협의회 140여 곳이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지역조직 관리실태 등을 점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과 부산 등은 우선적으로 감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보궐선거를 대비해 지역조직을 재정비하려는 취지이다. 다른 지역보다 당 지지세가 떨어지는 호남지역도 특별 당무감사 대상지역으로 분류됐다.
감사요원은 당 사무처 직원 52명으로 구성됐다. 2인 1조로 짜여진 26개 팀이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원협의회 운영실태를 파악하게 된다. 검사요원들의 현장 방문에 앞서 ‘사전점검 자료’도 해당 당협위원회 위원장들에게 이미 배포됐다. 일종의 설문지인 이 자료에는 당원관리 실태 등 48개 항목에 대한 질문들이 담겨있다.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뜨악하다. 일각에선 당무감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사 요원들이 전국 곳곳을 누비며 해당 지역구 사람들을 접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역에 내려가면 민심 파악을 위해 시장상인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당협위원장도 지역에서 당원을 늘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감사를 벌이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현실에 맞게 현장 당무감사를 비대면, 즉 전화통화 등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만나자고 하면 누가 만나겠느냐”며 “전화로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이 코로나19가 가장 심하기 때문에 서울사람이 지역에 내려오면 싫어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당협위원장만 얼굴을 보면서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당무감사를 계기로 황교안 전 대표가 교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전 대표가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가운데 강경 보수세력과 선긋기에 나선 김종인 위원장이 용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심지어 지난달 황 전 대표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 “당무감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특별하게 황 전 대표만 지정해서 얘기할 수가 없다”며 “내가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교체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총선 패배 후 서울 종로에서 지역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위원장은 당원협의회에서 선출 과정을 거치면 당협위원장 자리를 갖게 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달 당무감사를 바탕으로 당협위원장 교체를 주도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번 당무감사에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물론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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