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투자금을 모은 뒤 실제로는 위험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인 농어촌공사는 옵티머스가 내세운 공공기관 매출채권 상품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품고도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상품 안내를 받은 당일 바로 사내근로복지기금 20억원 투자를 확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공사는 이를 포함해 모두 3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공개한 농어촌공사 투자 실무담당자와 상품판매사인 NH투자증권 직원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상품의 신빙성을 두고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했다.
NH투자증권 직원은 농어촌공사에 입찰제안서를 전달한 다음날인 지난 1월8일 처음으로 “옵티머스크리에이터(옵티머스운용)라고 하는 상품을 잡아놨는데, 확정금리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상품을 농어촌공사에 소개했다.
공사 관계자가 “확정매출채권이란 건 무슨 의미인가”하며 의구심을 나타내자 NH투자증권 측은 “공공기관에서 나중에 매출대금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그러나 “매출채권은 공사가 완료된 후에나 발생하는 것인데 설명해준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며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공공기관에서 돈을 주려면 공사가 완료되거나 일부 기성이 확인된 후에 대금을 주는데 계약을 했다고 해서 돈을 줄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분완공이 되면 그때그때 돈을 지급하는 것이고 토지공사와 환경공단, 부산항만공사가 12월말에 들어가 있는 매출채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옵티머스운용이 이들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어촌공사는 1월8일 통화에서 바로 옵티머스운용에 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투자제안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약 한 달 반 후인 2월27일 통화에서 투자제안서를 보내 달라고 했고, 농어촌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 이사회는 제안서 도착 당일 바로 회의를 열어 투자를 승인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녹취록에 따르면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없이 투자가 결정됐다”며 “NH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를 넘어 펀드사기의 주체가 됐고, 농어촌공사는 부실한 검증을 한 것으로 천문학적 금액 사기행각에 개입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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