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아전인수’격 질문에 소신을 굽히지 않은 대답을 이어갔다.
여당은 이날 국감에서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자력 발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조사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야당은 감사원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르지 않아 최 원장이 부담을 느낀다는 주장을 했다.
최 원장이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빠르면 오는 월요일(19일), 늦어도 화요일(20)에는 공개될 것이라고 하자 즉각 여당에서는 감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을 문제삼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감사위원 7명 중 1명이 공석인 상황에 대해 “중요 감사위원 1명이 결원이다 보니 그 결론을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자 최 원장은 “공석인 상황은 무조건 반대의견과 마찬가지다. 한 명이 결원됐다고 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심의해 결과를 확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총원 7명 중 1명이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결원이다. 청와대는 최 원장에게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에 제청할 것을 요청했지만, 최 원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최 원장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감사원 조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윽박을 질렀다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감사위원들이 강압적인 감사로 인해서 진술을 왜곡한 게 없다는 데 대해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며 “위원회에서 결의하면 모든 자료, 모든 문답서, 수집한 모든 자료, 포렌식을 이용해 되살린 모든 문서들, 그간 생성한 자체문서들 모두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감사원이 감사 종료 이후에 피조사자들을 불러서 다그치는 진술을 받았는지, 조사받으러 간 사람들이 감사관의 윽박과 압력에…일반 국민은 잘 모르지만 법조인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또 “이거는 특수부가 아니라 공안부다. 감사원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감사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다.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이야기 안 한다”며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감사 과정에서 조사자와 피조사자 사이 약간의 긴장 관계가 조성됐다”면서도 “하나 말씀드리자면 감사 이후 전체 감사위원이 주요 문책 대상자를 직권심리 했고, 직권심리 대상이 아니지만 많은 진술을 한 산자부 직원을 직접 면담해야겠다고 해서 부른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거침없는 답변은 최 원장이 감사로 인해 핍박 받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야당 의원들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월성1호기 감사와 관련 정부나 여권에서 대단히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원장도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조 의원은 “여권이 그동안 민주적 통제 발언을 많이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권을 박탈할 때 쓰는 단어가 민주적 통제”라며 “감사원에 대해 민주적 통제가 적합한 것이라 보나. 민주적 통제라는 것이 여권에서 하고자 하는 대로 가겠다는 해석들이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조 의원의 질의에 “말씀하신 진의를 정확하게 이해 못해 답변하기 어렵다”며 “(야당에선) 핍박 받고 있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의원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외부압력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 잃은 소금’이라는 최 원장의 발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 원장은 “소금은 음식물 제맛을 내는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주어진 사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공직사회가 그런 기능을 해야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대놓고 자식을 흉본 것 같아서 내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서 “다만 우리 감사원에 주어진 사명을 제대로 해야되겠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마피아 조직 범죄를 다루는 재판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유한 한 칼럼에 관한 의견을 묻자 최 원장은 “(감사위원의) 다양한 의견을 정치적 성향 프레임으로 단정짓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칼럼과 관련된 그림을 국감장 화면에 띄운 것에 관해 최 원장은 “원장으로서 용납하기 어려운 그림”이라며 “원장으로서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어떤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감사위원들의 성향을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데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지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임명을) 제청하고 감사업무를 같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의 정치적 성향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감사원과 감사결과에 관한 국민신뢰를 현저하게 훼손시키는 문제”라며 “감사원 입장에선 그런 논란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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