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 피감사자들이)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했다.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를 1년 동안 매듭짓지 못한 원인으로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저항을 언급하며 작심 비판한 것이다.
●“강압적 조사 없어, 모든 자료 공개할 것”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조사 과정이 강압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최 원장을 몰아 세웠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이건 특수부가 아니라 공안부”라며 감사원 조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윽박을 질렀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최 원장은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거침 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감사위원들이 강압적인 감사로 인해 진술을 왜곡한 게 없다는 데 대해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고 운을 뗀 최 원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결의하면 그동안 수집한 모든 자료, 포렌식을 이용해 되살린 문서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 그걸 보고도 질책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감사 저항이) 심하다 보니 감사 과정에서 조사자와 피조사자 사이 약간의 긴장 관계가 조성됐다”며 “감사보고 발표 후 내부적으로 직무감찰을 실시해 감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겠다”고 했다.
최 원장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목적을 정해놓고 한 감사”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저희가 하려고한 감사가 아니었다. 국회에서 감사를 요구한 것이었다”고 했다. 또 “감사위원 7명 중 1명이 결원이라며 감사위원의 결론을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지적엔 “공석인 상황은 무조건 반대의견과 마찬가지다. 한 명이 결원됐다고 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당 간사로 잠시 국감을 진행한 백혜련 의원은 최 원장의 답변에 “야당 의원들이 시원하다는 표정”이라고 해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최 원장을 옹호하며 이번 감사 과정에서의 여권의 압박을 집중 추궁했다. “언젠가부터 핍박을 받는다거나 제2의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하자 최 원장은 “이 모든 것들이 감사원이 중요한 사안을 균형 있게 다뤄달라는 염려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며 “전혀 핍박과 압력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경제성과 적자 문제는 별개”
최 원장은 국감에서 우회적으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 됐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월성 1호기 안전성이 수시로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적자가 나고 있지 않냐”고 하자 “문제가 있어도 정지되지 않는 것이 문제지, 정지하는 게 꼭 안전성 문제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성과 적자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안전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성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엔 “국회에서 감사를 요구한 것이 경제성 평가였다”며 “안전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는 안했지만 파악한 내용으로는 이사회 결의 당시 즉각 가동에 문제가 없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안전에 관한 조치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최 원장은 또 “큰 틀에서 (경제성에 대해) 4월과 현재의 결론에 변화는 없다”며 감사보고서에 월성 1호기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최 원장은 “균형 잡힌 결론 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저희 결론이 소모적 정쟁이 진행되지 않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이 날 경우 사장도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에 “법리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당연히 지겠다”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 규제환경, 사회적 수용성, 경제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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