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공동성명에서 미 측 요구로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표현이 빠진 것을 두고 방위비와 연계한 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난해 SCM까지 공동성명에 ‘관용구’처럼 명기됐던 주한미군 유지 문구가 사라지면서 한국이 미국의 증액안(1년 계약 13억 달러)을 거부할 경우 미군 병력의 감축 카드를 꺼내어 방위비 파상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안팎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축소 및 중단을 실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9개월 주기로 미 본토에서 한국에 배치되는 미 전투여단(5000여 명)을 빼는 방식으로 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5일 방위비 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들이 내년 4월부터 무급휴직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한국인 근로자 노조와 고용노동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7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수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방위비와 연계한 미군 감축 압박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은 ‘70년 혈맹’이자 역내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걸핏하면 ‘돈 문제’로 한반도 방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한미동맹에 균열을 자초하는 행위라는 것. 군 관계자는 “미국이 방위비 문제로 미군 감축을 자꾸 내비치면 한국 국민의 대미 여론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울러 북한은 물론이고 주변국에 동맹이 이완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전혀 거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같이 말하면서 “정부는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 분담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선 등)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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