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 특검 못하면 ‘접어야’…김종인 비토에 “분열은 막아야”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1일 14시 20분


지난 9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의힘이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0.9.28/뉴스1 © News1
지난 9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의힘이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0.9.28/뉴스1 © News1
국민의힘 내부에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계기로 김종인 리더십에 대한 심상찮은 비판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까지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야당으로서 ‘호재’에 가까운데, 이를 발판으로 야당이 강공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내부 긴장도 더해지고 있다.

이 긴장이 실제 당 균열로 이어질지는 ‘라임·옵티머스 특검 관철’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품고 있던 불만이 특검을 고리로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19일과 20일에 걸쳐 일부 중진 의원들은 “특검 관철에 직(職)을 걸라”거나 “특검을 받아내지 못하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를 끝내고 지도부를 새로 뽑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소수 야당’이라는 당의 현실적 처지가 변하지 않은 데다, 지도부를 교체하자는 주장으로 ‘분열’의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국민의힘은 겨우 회복해놓은 30%대의 지지율마저도 다시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에서는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수용하되, 이것이 당의 내홍이나 균열로 확산하지 않게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장외투쟁’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하다. 중진 의원들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1일 연석회의를 열고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협력이 먼저’라는 데 일단 뜻을 모았다.

◇김종인에 누적된 불만 ‘특검’ 계기로 재표출

이번에 표출된 불만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동안 김종인 체제를 향해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 본질에 가깝다. 특히 중진 의원들의 불만이 그렇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당권을 잡은 이후 장외투쟁이나 삭발·단식 등 눈에 보이는 투쟁을 하지 않는 것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투쟁 국면에서 지지자들에게 선명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김 위원장 취임 이후에는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18석 전석 포기’라는 결정을 한 것도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는 못내 불만이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 동안 당이 화력을 집중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의혹이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증인·참고인을 단 한 명도 뜻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면서 불만이 커졌다.

여기에 ‘부산시장 후보감이 없다’는 김 위원장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평소 비대위에 말을 아끼던 중진 의원까지 지적에 나서자 결국 김 위원장은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후보자가 없다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당 개혁작업 일환으로 당명과 당색, 정강·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한다거나 의원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호재’로 보이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에서 특검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덩달아 강한 발언들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중진-비대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특검만큼은 관철할 특단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뜻이 모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분열하면 민주당에 어부지리…의견은 존중, 재보선까지 협력”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일 뿐이라면서도, 이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면 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분열상을 보이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준다는 것이다.

이날 중진-비대위원장 회의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고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했다. 중진 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협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이후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서 “당내 균열 등 갈등설·불화설과 관련해서 중진 의원들은 앞으로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더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당내에서 각기 다른 의견이 개진될 수 있고, 그걸 토대로 토론하는 과정은 매우 건강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며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등 엄중한 상황을 앞두고 당은 앞으로 힘을 응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내년 재보궐선거를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의원들도 대부분 같은 의견을 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나 대권주자가 뚜렷하게 부상이 안되는 상황에서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하지만 비대위에 맡긴 이상은 더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했다.

또 “중진 의원들이 자기 역할도 없고, 부상될 기회도 없다고 하니 (불만이 많지만) 초심을 지켜야 한다”며 “김 위원장 역시 ‘중도 포용’도 중요하지만 집토끼도 필요할 땐 풀어주면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남권 3선 의원은 “강하게 나갈 때라는 건 동의하고, 지도부도 동력을 모아야 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분열하면) 여당에 좋은 일”이라며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문제는 적정한 시점에 논해도 되는 일이고, 한창 국감 중이고 예산안 심사도 해야 하는 시점에 균열된 모습 자체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도부가 물러나라, 직을 걸라는 건 제일 쉬운 말”이라며 “당장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4선 의원도 “당이라는 게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게 건강한 것”이라며 “오늘 (연석회의에서) 우리끼리 서로 간에 자연스럽게 얘기가 이뤄졌고, 소통을 강화하자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특검 투쟁’은 강하게 나가되, 장외투쟁은 안 된다는 의견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여전히 강경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강하게 투쟁하자는 목소리는 언제나 있지만 길거리는 절대 안 된다”며 “중도는 강경 투쟁을 하면 떨어져나간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은 “장외투쟁을 해서 얻은 게 하나도 없다”며 “비대위를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해서 중도를 포용하자는 게 애초에 세운 목표인데, 그런 목소리를 수용해줘서 되겠느냐”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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