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친형, 웜비어 부모에 답장 “무한한 연대의 정 느껴”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2일 09시 26분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엿새만에 숨진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엿새만에 숨진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북한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이모씨(47)의 친형 이래진(55)씨가 북한의 억류와 고문 등으로 아들을 잃은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에게 편지를 보내 강한 연대를 표시했다.

이래진씨는 2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오늘 새벽 故 오토 웝비어 부모에게 메일로 편지를 보냈다”며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씨의 웜 비어 가족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18일 프레드 ·신디 웜비어 부부가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한 답신이다.

이씨는 뉴스1에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이씨는 편지에서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며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던 제 동생은 공무 수행 중 차가운 바다에 빠져 30시간 넘게 표류했다”며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후에는 6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끌려만 다니다 그대로 총살됐고, 시신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태워졌다”고 했다.

이씨는 “저는 진실을 알고 싶다”며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저는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가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우리는 월북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생의 여덟 살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있는 줄 안다”고 했다.

이씨는 웜비어 부모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씨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본다”며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올 것이고, 웜비어 부모님과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고 했다.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북한에 17개월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지 6일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이다.

이들 부부는 2018년 말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 5억114만달러(약 6141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판결을 근거로 김정은 정권이 전 세계에 은닉해 둔 자산을 추적, 5월에는 미국 은행 3곳에 묶여있던 북한 자산 2379만 달러(약 291억원)의 정보공개를 이끌어 냈기도 했다.

다음은 이씨가 웜비어 부모 앞으로 보낸 편지의 전문.

웜비어 부모님께

먼저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던 제 동생은 공무 수행 중 차가운 바다에 빠져 30시간 넘게 표류했습니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후에는 6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끌려만 다니다 그대로 총살되었고 시신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태워졌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가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월북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여덟 살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있는 줄 압니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오겠지요.

오늘은 동생이 우리를 떠난 지 한 달째 되는 날입니다.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저의 굳은 연대를 맹세합니다.

이래진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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