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찬사-견제 엇갈린 野… “영입은 필연” “쉽게 사라질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4일 03시 00분


유력 대선주자 없는 野에 활력 기대… 충청권-검사출신 의원 중심 ‘들썩’
김종인 “여러 측면… 뭐라 얘기 못해”
주호영 “난 尹총장 영입 반대”… 尹에 적폐수사 받은 옛 주류는 싸늘
野, 추미애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딱 부러지는 차기 대선 후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보수 야권이 일순간에 들썩이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총장에 대한 찬사와 견제가 엇갈렸고, 자질에 대한 우려도 쏟아져 나오는 등 윤 총장에 대한 복잡한 시선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윤 총장은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감 막바지에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재차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다”고 했던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때 답변과는 사뭇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우선 윤 총장 일가의 고향(충남 공주)인 충청권 의원 등은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총선에서 윤 총장을 대선 후보로 만들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감에서 보인 모습이 답답하고 지친 국민에게 새로운 영감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정치 전선에 뛰어든다면 충청권의 반응은 폭발적일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 국감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면서 “백전불굴의 장군을 묶어놓고 애송이들이 모욕하고 온갖 공작을 동원하지만 결국은 ‘넘사벽’ 실력 차를 넘지 못했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야권에선 대선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10%가 넘는 주자가 없는 만큼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를 기록한 윤 총장의 영입은 필연적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수사로 사실상 ‘폐족’ 선고를 받았던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계와 당 지도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윤 총장의 인기는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반(反)문재인 진영의 반사이익인 만큼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라디오에서 윤 총장이 정계에 진출할 시 국민의힘의 영입 의사에 대해선 “정치도 대단히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해서 정치에서 성공한 분이 드물지 않냐”며 “저는 일관되게 ‘윤 총장을 우리 당이 영입해야 된다’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 플랫폼 하우스(How‘s)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퇴임 후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순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수 야권은 중도층을 결집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의 등장에 내심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윤 총장의 퇴임 및 정계 진출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은 라임자산운용 의혹과 윤 총장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 지휘를 하도록 돼 있는데 (검찰총장이) 아예 수사 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윤석열 검찰총장#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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