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와 차기 대선은 관련성이 높다?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7일 13시 40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2017년 4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2017년 4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다음 정부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

2017년 4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서울시청을 찾았다. 당시 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을 만나 “박 시장의 시정 성과를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시의 검증된 정책과 인재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고 덕담을 건넸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성취했던 많은 좋은 정책들을 다 가져가라”며 화답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5월 9일,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당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 당선인의 손을 잡은 박 시장은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모든 힘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 대선에서 41.08%를 득표한 문 대통령은 서울 지역에서 42.34%의 표를 얻었다. 2위를 차지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울에서 20.78%, 전국에서 24.03%를 각각 얻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서울에서 22.72%, 전국적으로 21.41%를 각각 받았다. 서울에서의 득표율과 전국 평균이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이다.

● 중도층 많아 표심 읽기 어려운 서울

서울 유권자는 올 4월 총선 기준으로 847만 7244명이다. 경기도(1106만 7819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선거구다. 전국 유권자(4399만 4247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이지만 선거 결과가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매우 크다.

서울은 또 영남이나 호남과는 달리 특정 정당에 표심이 쏠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스윙보터(swing voter)’인 중도층이 20~4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거 때마다 표심 예측이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여야는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내년 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2022년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전초로 만들 수 있다”며 “내년 선거를 위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박원순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치러지게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후보를 낼지 여부를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신경을 쓰는 이유는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높은 관련성 때문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서울시장을 차지한 정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들이 나온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긴 뒤 이듬해인 2007년에 치러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압승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야당 소속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했고, 3년 뒤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2022년 대선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여야 모두 내년 선거에 총력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적 변곡점”

이같은 상관관계에 대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표 결집력’을 이유로 꼽았다. 배 소장은 “서울시장 선거는 일종의 정치적 변곡점”이라며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대선에서 서울 지역 표심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야당이 서울시장에서 승리하면 차기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표 응집력이 생기게 되고, 여당이 승리할 경우에도 대선 정국에서 탄력이 붙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55% 득표로 당선됐지만, 서울에선 48.18%를 얻으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51.42%)보다 적은 득표수를 보였다. 당시 서울시장은 야당인 민주통합당 소속 박원순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대선이 치러지기 1년 전인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53.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시장 선거 결과가 대선 투표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최근 여야의 서울지역 정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유권자 2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10월 3주차 정당 지지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1.9%포인트·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5.7%다. 전주보다 6.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9.9%로 전주보다 4.6%포인트 떨어졌다. 그 결과 양당 간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5.8%포인트로 벌어졌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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