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총 43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 내년도 경제회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연설 중 여당은 박수를 23번 치면서 호응했지만 야당에서는 수시로 야유를 보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야당을 응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43차례에 걸쳐 경제를 언급했다.
통상 대통령 연설에 가장 많이 등장한 ‘국민’은 28회, 경제 상황과 연동된 ‘위기’, ‘투자’도 28차례 언급했다. 그만큼 이번 연설은 ‘경제’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와 ‘방역’도 각각 25번, 23번 말해 내년도 예산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여당은 국난 극복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의 도약 의지를 높이 평가한 반면, 야당은 절망적인 자화자찬이라며 깎아 내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제대로 짚어주셨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난에 따른 여러 분야의 고통을 짚어주셨고 딛고 나아가기 위한 계획과 신념을 제시해주셨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정연설에서 가장 박수가 크게 나왔던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해선 “피할 수 없는 목표이며 당정청이 의견을 모았다”고 언급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께서 국난을 극복해 오히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은 시정연설을 “절망적”, “자화자찬”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입장 동선과 본회의장 등에서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에 관해 솔직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국회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미사여구로 가득 찬 시정연설이었다”며 “현실 인식에서 너무나 차이가 있어 절망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문제와 경제문제, 방역문제, 실업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문제 등 현실 인식에서 너무나 차이가 있었다”며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이 사는 대한민국이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은 예상되는 경제 위기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형 뉴딜을 꺼내들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이미 한국형 뉴딜은 민간금융·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협치를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174석의 (여당이) 덩치보다 대화와 설득의 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협치”라고 거대여당의 독주를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안혜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에서 서글픈 국민과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며 “자화자찬의 표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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