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협치 절실, 경제3법 처리 협력을… 전세 시장 기필코 안정시키겠다”
靑경호처, 국회서 주호영 몸수색… 野 “협치 말해놓고…” 정국 경색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범 지연을 이제 끝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세난에 대해선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국회에 협치를 당부하면서 동시에 검찰개혁과 부동산정책 등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경호처가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려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해서만 전례 없는 몸수색을 가하면서 야당이 반발하는 등 정국 경색의 빌미만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며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의 처리에 협력해주고, 경찰법과 국가정보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법안도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 출범과 경제 3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직접 강조한 것.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재계와 경제 3법 공개토론회를 열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설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또 내년도 예산에 대해 “본격적인 경제 활력 조치를 가동할 때”라며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한국판 뉴딜정책 등 효과적 경제 대응이 더해지며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정연설이 재정지출에만 집중돼 민간 부문 활성화를 위한 시장 구조개혁 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경호처가 이날 국회에서 주 원내대표에 대한 몸수색을 실시하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라임·옵티머스 특검 거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간담회에 불참한 가운데 주 원내대표가 뒤늦게 문 대통령과의 환담 장소에 들어가려 하자 경호처 직원이 스캐너를 들고 몸수색을 한 것. 주 원내대표는 항의하며 간담회에 불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호처는 입장문을 내고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원내대표가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관례상 검색 면제를 실시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면서 경호팀은 국회의사당 내에서 야당 대표 신체 수색을 거칠게 하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 공수처-경제3법 ‘진격 신호’… 야당-재계 반발은 언급안해 ▼
與 입법 드라이브에 힘실은 대통령
특검도입 野요구 사실상 일축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30일 첫 회의… 與 “어떤 타협도 없을 것” 강경
與, 내달 3일 재계와 공개토론회… 경제3법 원안대로 처리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출범 지연을 이제는 끝내주기 바란다”고 밝히면서 라임·옵티머스 특별검사를 요구하며 공수처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재계가 우려하고 있는 경제 3법에 대해서도 협조를 당부하며 조기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1월 중 공수처장 임명을 시간표로 내놓은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 “공수처 출범 지연 끝내 달라”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생’과 ‘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때 ‘협치’의 성과는 더욱 빛날 것”이라며 “공수처의 출범 지연도 이제 끝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야당이 비토권을 활용해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연내 출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며 야당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11월 공수처 출범을 위해 공수처장 후보 선정 기준을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에서 ‘7명 중 5명 찬성’으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출범 기한을 한참 넘겼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30일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첫 회의를 열고 위원장 선출과 향후 심사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할 특검 설치와 공수처를 함께 처리하자는 야당의 주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KBS에 출연해 “제가 보기에 윤 총장이 냉철하지 못했다”며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이 메신저를 보내 총장 임기를 채우라고 했다는) 그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시정연설 직후 현안 서면 브리핑에서 라임·옵티머스 특검 요구 등에 대해 “공수처를 방해하는 자, 민생을 외면하는 자, 그자가 진짜 범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 경제 3법 처리 당부에 與 “원안 처리 가능성 커”
문 대통령은 경제 3법 등에 대해서도 야당에 법안 처리 협조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의 처리에 협력해주고 경찰법과 국가정보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도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27일)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이제 입법의 시간”이라며 “당면 과제 첫째는 (공수처 설치 같은)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경제 3법 등 개혁 입법을 잘 처리하는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 3법에 대한 입법 보완을 당부해온 재계와 기업들의 우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경제 3법의 원안 통과를 강행할 움직임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재계와 ‘경제 3법 공개토론회’를 여는 등 경제 3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폭넓은 의견 청취를 하겠다”며 이번 주 중견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등과도 연달아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재계가 문제 삼는 조항들이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수처와 경제 3법 강행 드라이브를 두고 정치권에선 집권 5년 차를 앞두고 ‘개혁 성과’를 내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5년 차에 접어드는 데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확실한 레거시(유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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