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9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석 186석 가운데 찬성 167명, 반대 1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시켰다. 이날 본회의에 국민의힘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로써 정 의원은 21대 국회 체포동의안 첫 가결 사례가 됐다. 역대 국회로 보면 14번째 사례로 지난 2015년 8월 박기춘 전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5년 만이다.
◇방탄국회 오명 벗었다…제2의 박기춘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28일 국회에 보고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무기명 표결 처리를 해야 한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지 24시간이 경과하자마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제식구 감싸기는 없다”는 의지를 재차 했다. 이날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민주당을 비롯해 국회는 ‘방탄국회’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정 의원에게 검찰 자진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당초 국정감사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정 의원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며 끝내 출두를 거부했다.
정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서도 “검찰의 체포영장은 부당하다”며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가 검찰의 거수기가 될 수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2015년 8월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방탄국회는 안 된다”며 체포동의안 찬성을 주장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자유투표가 이뤄졌다. 박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236명 중 찬성 137표, 반대 89표로 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9명 중 106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역대 체포·구속동의안 59건 중 14건만 가결
1948년 제헌국회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체포·구속동의안이 제출된 건 총 59건이다. 이중 정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까지 포함 14건만 통과돼 가결률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결되거나 폐기됐고 영장청구가 철회된 사례도 있다.
체포 또는 구속 동의안이 처리된 첫 번째 사례는 2대 국회 때였다. 정국은 사건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양우정 의원이 첫 주인공이 됐다. 이어 3대 때인 1956년에는 도진희 자유당 의원에 대해 ‘김창룡 중장 저격 암살 사건’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4대 때인 1960년에는 3·15 부정선거와 관련한 혐의로 박용익·조순·정문흠 자유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무더기로 처리됐다. 5대 때인 1961년 무소속 이재현 의원도 부정선거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후 25년 동안 체포동의안 가결 사례가 없다가 12대 때인 1986년 본회의 발언 원고를 사전 배포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유성환 신한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1987년 현행 헌법 개정 이후부터는 가결률이 뚝 떨어졌다. 13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제출된 51건 중 가결 사례는 7건에 불과하다. 특히 15대와 16대 때는 체포동의안 27건이 제출됐지만 단 한 건도 가결되지 않았다.
1995년에는 공갈 혐의를 받은 박은태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후 18대 국회인 2010년 자신이 이사장을 맡았던 신흥학원에서 78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은 강성종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모두 11번의 체포동의안이 접수됐다. 이중 무소속 박주선 의원(2012년 7월)·현영희 새누리당 의원(2012년 9월)·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2013년 9월)·박기춘 의원(2015년 8월) 등 4명의 체포동의안만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대 국회에서도 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지만 홍문종·염동렬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2건은 부결됐고, 이우현·최경환·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 3건은 임기만료로 폐기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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