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사건 일단락 원하는 北…출구 찾기 쉽지 않은 정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3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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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조사 제안 한 달 만에 첫 북한 반응
기존 설명 되풀이하며 추가 조사에는 선그어
北 후속조치 없이 남북대화 나서기 곤란한 南
전문가 "정부, 대응 방향 수립 쉽지 않을 것"

북한은 30일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결과를 이미 통보했으며 우발적인 사건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관계 관리 의지를 보이면서도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구는 일축한 셈이라 정부의 대응 방향 설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지난달 22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북한군에 의한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통신은 보도에서 이미 북한 최고지도부의 의중을 담아 사건 조사결과를 남측에 통보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안함을 전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측 공무원이 북한군의 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할 정황을 보여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을 되풀이했다.

통신은 또한 코로나19로 예민한 시기에 우발적 충돌이 잦은 NLL(북방한계선) 지역에서 주민을 관리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신 수습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해당 부문에서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는 정부가 지난달 27일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한 뒤 처음으로 나온 북한의 반응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공동조사는 거론하지 않은 채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볼 때 추가적인 진상 규명 노력 없이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양쪽 설명이 가장 크게 엇갈렸던 시신 소각에 대해서도 “남조선 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의혹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군은 지난달 24일 최초로 사건을 알릴 당시 북한군이 시신을 불태웠다고 발표했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추정을 단언적으로 표현했다”며 시신 소각 여부를 모호하게 설명했다.

북한이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해경에 시신 수색 중단을 요청한 다음날 이 같은 보도를 낸 것도 사건을 종결 국면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설명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같은 메시지를 낸 것은 향후 남북대화 복원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통신은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피격 사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기 어렵기 때문에 이 문제를 빨리 일단락 짓자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대외전략 정비를 마친 뒤 내년 1월 신년사 또는 당 대회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힐 수도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앙금을 털어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북한이 민간인 사살을 둘러싼 의혹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남북 대화를 진전시키기 힘들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 호응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악화된 대북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사실 규명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남북 간 소통을 위한 군 통신선의 우선적 연결을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홍민 실장은 “우리 자체적으로 규명할 부분과 북측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을 정해 해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지만 가닥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사과하고 인정한 사안인데다 경계근무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아울러 “인도주의와 국제 규범 차원에서 어떻게 민간인을 살상할 수 있냐는 도덕적 비난은 할 수 있지만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 문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곤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측 보수세력이 “정권 강탈”, “용공 척결”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규탄을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인권결의안 상정, 채택 움직임에 따른 북한의 반발이 에상된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냈다. 제3위원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작성 중이며, 연말께 열리는 유엔 총회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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