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당 광주·전남 동행 의원들과 함께 전남을 찾아 호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호남 지역으로의 적극적인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남 무안에 위치한 전남도청에서 전남시장·군수와의 정책협의회를 갖고 “전남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욱 노력을 가속할 것”이라며 “여러 정당이 전남 발전을 위해 서로 경쟁하면 그 결실은 오로지 전남도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2지역구 갖기 운동을 하면서 호남 동행을 선언해주셨는데 국민 통합과 상생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크게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당에서 유일하게 호남을 지역구로 둔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4년동안 시늉이 아닌 실질적인 동서통합을 위한 실천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두꺼워진 지역장벽을 허물고 영·호남 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과 함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일명 ‘5·18특별법’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 기초단체장과의 정책협의에서 김종효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김 위원장을 향해 “광주시민이 가장 원하는 두 법안은 5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5·18역사왜곡 처벌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안(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라며 “정기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앞장서 통과시켜주실 것을 광주시민을 대신해 다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을 만드는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입법하는 과정 속에서 상식 선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호남 끌어안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1주일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주호영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광주를 찾아 광주시청에서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호남 지역 예산 확보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지난 8월에는 김종인 위원장 등 지도부가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며 과거 당내 일부 인사들의 5·18 관련 망언을 사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통 지지 기반인 영남권 민심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10월4주차 여론조사(한국갤럽, 10월27일~29일 실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TK에서 3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30%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여론조사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우리가 한 번 설정한 것에 대해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경제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전날(2일) 문재인 대통령의 낙관적 경제 전망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한 우리 경제 성장이 어떻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방향 설정을 해야 과거와 달리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김석원 광주·전남 중소기업회 이사장은 “김종인 위원장께서는 1987년 9차 헌법 개정에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한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라며 “어느 누구보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시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많은 기여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전남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 주무장관이 자기가 일단 정했던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기 소신과 맞지 않으니 사의 표명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사직서를 반려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는 “당장 사의를 받으면 후임자도 아직 생각하지 않았던 과정이기 때문에 일단 반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남 방문에는 정양석 사무총장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외에도 호남 동행 의원인 김기현·이달곤·윤재옥·김웅·강대식·윤두현·김영식·하영제·권명호 의원, 김현아·김재섭 비대위원, 윤희석 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 학생독립운동 기념탑에서 열린 ‘제91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편 시민단체 ‘광주·전남 대학생 진보연합’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달려드는 일도 발생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5·18 망언 의원 당장 제명하라’, ‘5·18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40년 전 당신들이 학살했던 광주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당당하게 어떻게 광주를 방문할 수 있나”라며 “지금 당장 당 안의 망언자부터 제대로 제명하고 광주에 오시기 바란다”고 외쳤다.
특히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행사장이 위치한 2층으로 진입하려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큰 몸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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