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군단장급 지휘관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군 세대교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방부 격인 ‘인민무력성’을 국방성으로 바꿨다. 당정군을 장악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1월 열리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대원수’급으로 격상시키는 등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대대적인 권력개편과 함께 새로운 대내외 전략 노선을 천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보고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감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북한이 최대 정치 이벤트로 8차 당 대회를 준비하면서 민심 수습과 대내외 국면 타개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를 위해 북한은 최근 군 조직체계와 구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북한은 한국의 국방부 격인 ‘인민무력성’의 명칭을 국방성으로 바꿨다. 김 의원은 “군사력을 방어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을 사용해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전담하는 전략군 사령관을 70대인 김락겸 대장(별 4개)에서 50대의 김정길 상장(별 3개)으로 교체한 것도 눈에 띈다. 또 대남·해외 공작 활동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 자리에 50대 임광일을 임명하는 등 상장급 지휘관의 40%를 갈아 치우면서 노령 간부에서 50대 위주로 군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도 현장에서 정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 의원은 “과거에 수령 지위의 최고지도자만 하던 현장지도가 대폭 줄어들고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들이 현장지도를 대신하고 있다”며 “현장지도 중심의 수령통치가 정책지도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의 현장 시찰은 줄어든 반면 김 위원장이 직접 노동당 정책회의를 총 17회 주재했다. 이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회의 주재가 8년간 매년 평균 3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핵심 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대해 “후계자 관련 준비 동향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 미사일을 사상 최대 규모로 공개한 것도 확인됐다. 국정원은 이번에 공개된 탄도미사일이 9종 76대로 역대 북한의 열병식 중 사상 최대규모였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자전·화학전 부대도 외부에 공개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 의원은 “전자전 부대는 전파교란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 통신교란용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열병식 관련 사진에서 포착됐다”며 “생화학 탐지 세트로 추정되는 소형가방을 착용한 화학전 부대도 공개됐다”고 전했다.
● 북한 “코로나 대응 수단 제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전국 각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방역사업 현황을 전했다. 사진은 황해북도 신평군 노동자들이 방역사업에 나서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의 지위 격상 등을 통해 권력 공고화에 나섰지만 북한은 내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커다란 ‘재앙’으로 여기면서 확산을 크게 우려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며 “외부물자를 아예 안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 북한이 남측의 지원 물자도 받지 않고 있다”며 “8월 중순에 남측 지원 물자임을 감추고 북한으로 반입한 세관원들이 처벌받았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한 민간단체가 경기도와 함께 8월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신의주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반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물품으로 속여 반입하려다 적발돼 신의주 세관원들이 전원 물갈이됐다는 설이 나온 바 있는데 국정원이 이를 확인한 것.
실제 국정원이 입수한 올해 2월 27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문건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유입 시 큰 재앙이 온다. 30만 명이 죽을지 50만 명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코로나에 대응할 물질적 기술적 수단이 ‘0’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코로나19 관리 위반을 군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으며 사형선고도 가능하게끔 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일부 지역에는 지뢰까지 매설했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이 재조사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정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첩보상으로 북측의 시신 수색 정황이 있었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사건경위를 재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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