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선 투표와 개표가 이뤄지는 4일에도 관련 사안에 대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어떠한 티도 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6면에 국제 소식을 골고루 전하면서도 미 대선 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미 대선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북한에서도 관련 사안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관련 언급을 내놓지 않는 것은 대선 상황을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의 의중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내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만큼 북한에 우호적으로 나설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3일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쾌를 기원하는 위문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북한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은 3일 밤 자신의 SNS를 통해 북한이 바이든 당선 이후를 고려해 상황관리 중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을 바라지만 바이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라며 그 근거로 “바이든이 지난달 22일 마지막 토론에서 김정은에 대해 3차례 ‘불량배’(thug)라고 불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바이든의 불량배 언급에 조선중앙통신이 ‘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맹비난한 것과 대조된다”라며 “북한이 최고존엄에 대해 모독하면 즉시 반박 성명을 내놓거나 외교적 언사로 항의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침묵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은 미 대선 관련 기대나 언급 없이 ‘80일 전투’ 등의 내부 현안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미 대선에 ‘큰 관심’이 없게 보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 없이 ‘자력갱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누가 승리하든 북미협상 등의 성과를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계산하에 내부 상황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맞춤형 대미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은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대선 후 외교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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