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에서 돌연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루 만에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180도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와 진실게임 공방을 벌였던 사의 파동이 하루 만에 일단 없던 일이 되면서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용두사미(龍頭蛇尾)에 빗대 “이번에도 ‘홍두사미’로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야당은 “정치쇼”라고 성토했다.
● 사의 반려 여부도 부정하던 洪, 하루 만에 “직무 수행 최선 다하겠다”
4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시작부터 홍 부총리 사의 파문이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곧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은들 무슨 의미가 있나”며 “그만두는 장관에게 질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 사의를 반려한 것에 대해서는 “엉성한 각본에 따른 정치쇼”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사의 표명한 것인데 정치쇼라고 말한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인사권자 뜻에 맞춰서 부총리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만류를 명분 삼아 ‘사의 표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홍 부총리를 당분간 교체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뜻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홍 부총리를 감쌌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홍 부총리가 몇 가지 사안을 놓고 조율 과정에서 뜻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책임진다는 걸 이해하고도 남는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 본인 뜻을 알고도 (사표를) 반려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직무수행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사의 표명에) 깜짝 놀랐다. 이제 안심해도 되는거냐”라고 물었고, 홍 부총리는 “그렇다.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오전 질의에만 참석 한 뒤 오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예결위에 불참하고 자택에서 대기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홍 부총리를 자극하지 말자’는 데 뜻을 모으고 사전 통제에 나섰다. 3일 예결위 소속 민주당 보좌진의 소셜네트워크(SNS) 대화방에는 ‘재산세, 대주주 요건, 재정준칙에 대한 부총리 대상 질의 자제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 재산세와 대주주 요건으로 촉발된 홍 부총리 사의 파문을 더는 확대 시키지 않겠다는 취지다.
● 들끓는 민주당 “지금 당장은 못 바꾸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홍 부총리의 거취에 대한 언급을 삼갔지만 당내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부총리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당도 봉합에 나선 것”이라면서도 “명색이 경제 수장인데 물러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게 과연 정상이냐”고 말했다. 한 여권 핵심 인사도 “홍 부총리가 지금 자리에 오른 것은 이낙연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적극 천거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이 대표에게 일언반구 말도 없이 불쑥 사표를 낸 건 잘못된 처사”라고 했다. 두 사람은 총리와 국무조정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예결위에서 “이 문제(사의 표명 및 반려)는 일단 종료가 된 것”이라면서도 “설령 논란이 있었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정 합의에 승복하고, 그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파동이 부절적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역시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재부 내부에서 반발이 워낙 심하다보니 홍 부총리 입장에서 사표를 취하는 액션을 보인 것”이라며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다 이해하고 특별한 발언은 없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