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홍두사미’… 홍남기, 하루만에 “직무수행 최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국회 예결위 출석, 사의 파동 진화

사의 접고 예결위 출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2021년도 정부 예산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부총리로서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의 접고 예결위 출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2021년도 정부 예산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부총리로서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국회에서 돌연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루 만에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청와대와 진실게임 공방을 벌였던 사의 파동이 하루 만에 일단 없던 일이 되면서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용두사미(龍頭蛇尾)에 빗대 “이번에도 ‘홍두사미’로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야당은 “정치쇼”라고 성토했다.

○ 사의 반려 여부도 부정하던 洪, 하루 만에 “직무 수행 최선 다하겠다”

4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시작부터 홍 부총리 사의 파문이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곧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은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그만두는 장관에게 질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 사의를 반려한 것에 대해서는 “엉성한 각본에 따른 정치쇼”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사의 표명한 것인데 정치쇼라고 말한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인사권자 뜻에 맞춰서 부총리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만류를 명분 삼아 ‘사의 표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홍 부총리를 당분간 교체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뜻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홍 부총리를 감쌌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홍 부총리가 몇 가지 사안을 놓고 조율 과정에서 뜻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책임진다는 걸 이해하고도 남는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 본인 뜻을 알고도 (사표를) 반려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직무 수행을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했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사의 표명에) 깜짝 놀랐다.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거냐”고 물었고, 홍 부총리는 “그렇다.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홍 부총리를 자극하지 말자’는 데 뜻을 모으고 사전 통제에 나섰다. 3일 예결위 소속 민주당 보좌진의 소셜미디어 대화방에는 ‘재산세, 대주주 요건, 재정준칙에 대한 부총리 대상 질의 자제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

○ 들끓는 민주당 “지금 당장은 못 바꾸지만…”

민주당 이낙연 대표 역시 이날 홍 부총리 사표로 표출된 당정 갈등에 대해 “그다지 갈등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당내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한 여권 핵심 인사는 “홍 부총리가 지금 자리에 오른 것은 이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적극 천거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이 대표에게 일언반구 말도 없이 불쑥 사표를 낸 건 잘못된 처사”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예결위에서 “이 문제(사의 표명 및 반려)는 일단 종료가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 총리는 “설령 논란이 있었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정 합의에 승복하고, 그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의미다.

청와대 역시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재부 내부에서 반발이 워낙 심하다 보니 홍 부총리 입장에서 사표를 내는 액션을 취한 것”이라며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다 이해하고 특별한 발언은 없었다”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홍남기 부총리#사표 반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