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유력에…‘文대통령 한반도 중재자’ 암운? 전화위복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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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5일 15시 31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3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7.3/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3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7.3/뉴스1 © News1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짐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5일 미국 대선 개표가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바이든 후보는 현재 선거인단 264명을 확보, 당선에 필요한 ‘매직 넘버’에 근접한 상태다.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숫자인 매직넘버는 270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표 중단 소송 등으로 승리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흐름대로 바이든 후보가 차기 미 대통령직에 오를 경우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정권의 교체로 인한 전임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일시 중단 및 재검토 과정이 불가피하다.

바이든 후보가 내년 1월20일 취임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한반도 문제를 담당할 외교안보라인을 구성하는 데까지는 6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질적인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바이든 후보가 그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북핵 문제에 있어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22일 열린 미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며 “그래서 전쟁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느냐. 북한을 정당화시켰을 뿐”이라며 김정은은 ‘좋은 친구’가 아닌 “폭력배(thug)”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핵능력 축소에 동의할 경우 그를 만날 용의가 있다”(2차 TV토론), “트럼프처럼 무의미한 프로젝트를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실제 전략의 일환으로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올해 2월 NYT 인터뷰) 등으로 만남의 조건을 강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도 정상간 합의 후 실무협의를 이어가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실무협의를 토대로 정상간 합의를 도출하는 ‘바텀업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올해 미국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기고를 통해 “협상팀에 권한을 부여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동맹국 및 중국 등과 함께 일관되고 조율된 캠페인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만큼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조속히 추진하려고 해도 바이든 행정부의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당분간 북미 및 남북대화의 진전은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9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두터운 신뢰를 쌓았지만, 바이든 후보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터라, 바이든 행정부와의 신뢰 구축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오바마 행정부의 전례를 답습할 것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평면적인 분석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오바마 정부 당시보다 훨씬 고도화되는 등 상황이 이전과는 달라진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전략적 인내’로 사실상 북한 문제를 수수방관하긴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든 후보가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문턱을 높여놓긴 했지만, 김 위원장과 만나 대화할 여지를 열어뒀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대화에 나설 경우,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쟁 위기까지 내몰렸던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 북미 대화를 중재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바이든 후보와 김 위원장이 만나는 데 있어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 민주당 정권이나 공화당 정권이나 우리 정부에 있어 항상 일관된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기본적인 목표는 같고 접근 방법에 있어서만 차별화가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떤 정부와도 한미동맹의 긴밀한 협력하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과는 이제껏 많은 논의를 해와 공조의 기반이 있다. 또 민주당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한국 정부와 민주당 사이에는) 많은 협력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로 돌아설 경우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북미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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