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사에 폭발한 與, 尹과 전면전…“하는 짓이 정치군인 수준”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6일 17시 20분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이 5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 명이 기획처 등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5/뉴스1 © News1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이 5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 명이 기획처 등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5/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일 한목소리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격했다. 공개발언에서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론할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다. 민주당이 윤 총장과의 전면전에 나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야당의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은 “검찰의 국정 흔들기”, “검찰의 정치개입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례적으로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거론하며 “정치 군인의 정치 개입에 준하는 정치 검찰”이라고 격분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서 보인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을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맞섰다고 보는 여권은 이번 월성 1호기 관련 사건이 ‘제2의 조국 사태’급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월성 1호기 고발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나설지 주목되는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강력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내 산업통상자원부,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은 수사의뢰를 하지도 않았는데 야당이 고발한 정치공세형 사건에 검찰이 대대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 생각한다. 일부 정치 검사들의 이런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겨냥해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으로 이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이제 정부 정책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직접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명하며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윤 총장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이 대표는 “야당이 이 사건을 대전지검에 고발한 지 1주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하고 2주만에 전격수사가 이뤄진 점도 의심을 부를만 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마치 지난해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논의가 진행되는 때에 장관 후보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던 때를 연상하게 한다”고 이례적으로 지난해 조국 사태를 다시 소환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개혁을 놓고 번번이 충돌해 온 윤 총장이 추 장관을 넘어 여권 전체와의 확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당에서 윤 총장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간 메시지를 겹치지 않게 조율하지만 이날은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일제히 검찰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대전지검장인 이두봉 검사장이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이 고발한 지 약 2주 후인 지난 5일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지검장이 총괄하는 대전지검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윤 총장이 지난달 29일 지방 검찰청 방문을 재개하며 첫 목적지로 대전지검을 택한 것도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월성 1호기 사건 때문이라고 민주당은 의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근 행보가 수상하다는 것이 민주당 속내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초임 부장검사 강연에서는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해 여권의 분노를 불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국정개입 수사 행태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유감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유감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에 빗대 표현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 국정운영에 개입하는 건 위험수위를 넘는 국정 흔들기”라며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고 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모두발언에서 “검찰이 국민의힘의 지휘를 받는 정치수사대가 아니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명백한 청부수사, 직권남용이다”라며 “헌법 정신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가 종료된 후에도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검찰의 국정개입 수사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지도부의 검찰 비판 발언 수위가 높았던 배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이 하는 짓에 비하면 절대 센 수위가 아니다”라며 “정치 군인의 정치 개입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 건은 일반 검사가 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검찰총장이 하라고 이야기 안하면 할 수 없는 수사”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직 장관에 대한 수사도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대한 수사였다”라며 “조국 전 장관 압수수색을 100번 가까이 했을 것인데 검찰 이 사람들은 지금 압수수색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고발한 지 2주만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며 “국가정책에 대한 걸 가지고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전례가 없으니 상당히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수사 가능성에 대해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정황으로 보면, 검찰이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흔드는 것에 대해 묵과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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