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예산 놓고 당정 마찰…김태년 “국토차관 들어와라”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6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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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연구용역비 20억 증액 놓고 당정 이견
이틀 전 이낙연 직접 약속했지만…국토부 '행정절차 위배' 반대
국토위서도 김현미 반대 고수…'정책R&D로 반영' 절충안 수용

최근 재산세 인하와 대주주 3억원 요건 완화를 놓고 갈등을 빚은 당정이 6일 가덕도 신공항 관련 연구용역비 예산 문제를 놓고 또 파열음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관련 예산 증액을 약속했음에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진통을 겪으면서다. 결국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여당이 내놓은 절충안을 수용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토부에 거친 표현을 써가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PK)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울·경의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울·경 최대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 관련 예산 반영을 장담했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비 20억원의 내년 예산안 반영을 요청한 것을 거론하면서 “예산 신설의 제안은 여러분이 걱정하는 그 문제, 향후 절차의 단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부·울·경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도 호응하면서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는 관련 예산 20억원 증액을 결정했지만 국토부의 반대로 ‘김해신공항이 부적정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단계에 반영한다’는 부대의견이 달렸다.

신공항 검증위에서 김해신공항이 부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즉시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타당성 검토 예산을 선반영해 놓자는 민주당의 의견과, 검증위 결론 도출 전부터 가덕도 신공항을 미리 특정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행정절차상 맞지 않다는 정부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이에 이날 국토부 소관 예산 심사를 위해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비 20억원 증액을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가덕 신공항 적정성 검토를 위해 20억원 증액 요청을 했지만 정부에서 전혀 동의를 못하니까 부대의견을 달았는데 부대의견 자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증액을 요청한다”며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적정성 검토는 수많은 전문가와 800만명 부·울·경 주민들의 염원이 있기 때문에 행정절차와 크게 충돌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소극적으로 모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해야 하는 행정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되면 적극적으로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준비하는 것은 행정절차의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 행정보다는 적극 행정으로 나가는 것이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고 공무원들이 지켜야 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부·울·경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적극 호응했다. 국토위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김해신공항에 대한)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오면 바로 액션으로 들어 가야 한다”며 “(당초 목표인) 2028년까지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 20억원 증액이 필요하다. 그래야 당장 내년에 조사를 할 수 있다. 국토부가 더 전향적 사고를 갖고 적극 검토해서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정동만 의원은 “(신공항 발표가) 계속 늦어져서 부산 시민들 간에 갈등도 계속 나오고 있다. 다시 한 번 정부에 요청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관련 예산 증액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간의 모든 행정철자가 무효화되는 것이고 그때부터 어디에 공항을 만들 것인지를 놓고 수요 조사부터 원점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대상 지역을 열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런 절차 없이 바로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들어 간다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장관은 “그런 것은 여론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게 한 두 푼이 아니고 수십조가 될지도 모르는 사업인데 그럴 때는 지켜야 할 절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절차를 생략하고 따르라는 것은 국토부로서는 따르기 어렵다”며 “국회에서 관련 절차를 다 끝내서 국토부가 모든 절차를 건너뛰고 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면 따라갈 수 있겠지만 그런 절차가 없다면 저야 정치인 출신 장관이니까 ‘예, 그러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 공무원들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 의원들과 김 장관 간에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국회가 반영하고 싶으면 반영해야지 정부의 동의를 왜 강요하냐.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김 장관의 편을 들기도 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으며 회의 재개 후 민주당은 기존 정책 연구개발(R&D) 사업비에 20억원을 증액한 뒤 검증위 결과가 나오면 이를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국토부 정책연구개발사업비에 20억원을 증액하고 검증위 결과가 발표될 경우 가덕도 신공항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증액한 20억원을 사용하면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다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고 야당 간사인 이헌승 의원도 “정책연구개발사업비에 가덕도 적정성 조사 예산용으로 20억원을 더 올리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검증위 결과가 부적정으로 나오면 지체없이 용역에 들어가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국무총리실에서 검증 결과가 발표되면 증액되는 정책연구개발사업비 20억원은 후속조치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절충안을 수용했다.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문제가 절충안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부·울·경 민심 공략을 위해 직접 약속한 사업에 김 장관이 제동을 건 모양새여서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날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토부가 관련 예산 증액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지도부 일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최고위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전화로 누군가에게 “이런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빨리 들어오라고 해”라며 “이 XX들 항명이야, 항명”이라고 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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