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만나는 강경화, 관심은 바이든에…“전략적 인내 안할 듯”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9일 16시 05분


폼페이오와 오늘 회담…한반도 상황 관리에 무게
10일 바이든 측 인사,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 예상
"바이든, 대북 정책 '전략적 인내'로 회귀 않을 것"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첫 대면 협의이지만 외교가의 관심은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측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 여부에 쏠리고 있다.

강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외교장관의 의제와 논의 수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한미는 두 달여 간의 정권 교체 기간 한미 동맹 현안은 물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 장관 역시 한미 회담보다는 바이든 진영 및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접촉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찾은 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로서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축하해준 상황이고,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했던 부분에서도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바이든 캠프에서 선거 기간 외국 인사들과의 접촉을 자제한 상황에서도 바이든 측 인사들과 100회 이상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조야 인사들을 접촉해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프로세스 진전에 대한 협력과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탑다운(Top Down) 방식의 협상을 해왔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실무 협상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바텀업(Buttom Up)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은 대선 토론 당시 북한을 ‘불량배(thug)’라고 지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교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김 위원장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조건으로 핵 능력 축소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하는 등 향후 대북 정책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정부 입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북미, 남북 정상간 합의 이행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오바마 행정부 때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정책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바이든 측의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닐 것 같다”며 “지난 3년간 여러 경과나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자가 부통령으로 있었던 오바마 행정부 8년간 당시 미국은 대북 제재 등 압박을 지속하면서 북한을 변화를 기다렸다. 하지만 북한이 수 차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2년 전과 달리 북한의 핵 능력도 고도화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에 의심이 있었지만 2017년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 이후 지금은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는 등 강화된 전략 무기를 선보였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바이든 신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유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을 승계하느냐, 폐기를 선언하느냐에 따라 북미관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초기 대응 과제의 핵심은 바이든이 북미 정상간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를 보여주도록 설득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소송전을 예고하는 등 미국 내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안해 바이든 측 인사와 비공개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바이든 측 인사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아마 만나더라도 그쪽에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 공개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후 바이든 당선자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과 싱크탱크 인사 등을 만난 뒤 11일 귀국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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