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이 성사되면 스가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한국 고위급 인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해 올 것에 대비해 양국이 이견을 조율하는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스가 총리와 가까운 일본 자민당의 중진 의원은 “스가 총리가 박 원장을 만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말했다. 박 원장 취임 후 첫 해외출장인 만큼 박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두 정상 모두 한일 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8일 일본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들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비롯한 한일관계 현안과 내년 도쿄 올림픽의 북한 참여 방안 등을 논의했다. TBS 등에 따르면 박 원장은 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일본 안보정책 사령탑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보국장, 일본의 정보기관인 내각조사실 수장인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내각정보관을 잇달아 만났다. 8일엔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만나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을 의논했다.
박 원장은 일본 고위 관계자들에게 스가 총리의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설득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한 인사들을 초청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계기로 만드는 방안도 일본 측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법에 대해 워낙 운신의 폭이 좁으니 박 원장 등을 통해 대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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