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윤석열 정당 존재…文정부와 싸우는 형국”[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14시 00분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주먹을 쥐며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주먹을 쥐며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힘을 쓸 수 없는 국면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수 대선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처럼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야당인 국민의힘 대신 윤 총장을 지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국민의힘 위기론이다.

●윤석열 부상에 터져 나온 제1야당 위기론
한 인사는 “정당만 없을 뿐이지 이미 심리적 정당은 만들어진 상황”이라며 “지금 정국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당이 싸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윤 총장은 정치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척점으로서 포지션이 형성됐다”며 “국민이 윤 총장을 보수의 대선 후보로 만들어줬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적 구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의원도 “정당이 아닌 장외 인사가 흡입력을 갖고 있으면 지지율이 당으로 모이지 않는다”며 “당에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전국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1일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총장이 24.7%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2.2%로 나왔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18.4%로 조사됐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보수 정당 지지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62.0%가 윤 총장을 지지한 것이다. 정치성향에서도 보수층에서 34.7%가 윤 총장을 지지했고, 중도층에서도 27.3%를 기록했다.

● 야당, ‘야권 재편’ 놓고 대립
현재 야당들은 신당 창당을 통한 ‘야권 재편론’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먼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단순히 반문(反文·반문재인) 연대, 반민주당 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변화와 혁신의 비전을 생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혁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가 필요하다”며 야권 재편을 주장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안철수)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그냥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이 103석이고 국민의당이 3석밖에 되지 않는다”며 “(신당 창당 문제는) 사전 조율을 거쳐 가능성을 검토하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정치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 4월 선거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너무 늦고 또 동의를 받기도 쉽지 않은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필승카드로 내세울 뚜렷한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당 안팎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워야 승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안 대표가 이런 요구에 손사래를 치며 대선 직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를 실시해 3~5명을 본경선 대상으로 추리는 방안을 잠정 결정한 상태다. 아울러 본경선의 경우 조만간 여론조사 비율과 당원투표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 “국민의힘은 죽은 정당”
이런 상황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쓴소리도 나온다. 한 의원은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지금 당에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후보가 없다는 측면에서 국민의힘은 죽은 정당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관계자도 “자체적으로 후보를 만들어도 지지율이 받쳐주지 못하면 후보교체론이 나올 수 있다”며 “내년 초쯤에 대선 주자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등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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