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비번 공개 강제법’ 제정신?” 비판에…추미애 해명은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1월 12일 18시 01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법률 제정까지 검토할 것을 지시해 비난이 쏟아지자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디지털을 다루는 법률 이론도 발전시켜 나가야 범죄대응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추 장관은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발전한다고 했듯이 법률이치 또한 마찬가지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어떤 검사장 출신 피의자가 압수대상 증거물인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껍데기 전화기로는 더 이상 수사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고 한 검사장을 저격했다.

이어 “인권수사를 위해 가급적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물증을 확보하고 과학수사기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핸드폰 포렌식에 피의자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과학수사로의 전환도 어렵다고 본다”고 썼다.

추 장관은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등에도 관련 법제가 있다고 나열하면서 “우리도 시급히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실효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헌법의 자기부죄 금지 원칙과의 조화를 찾으면서도 디지털시대의 형사법제를 발전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법무시대를 잘 궁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추 장관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한 검사장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압박하는 반(反)헌법적 발상’이라며 반박했다. 정치권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인권유린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지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의당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 헌법 12조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담고 있다. 범죄 피의자라 할지라도 수사는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역사가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법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 누구보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앞장서서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국민의 자유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법률가인 게 나부터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장관님, 차라리 고문을 합법화하세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법적으로’ 빼내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거든요. 대쪽같은 이재명 지사님도 고문하면 몇 분 안에 전화번호 부실 겁니다”라고 비꼬았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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