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회계법인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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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낮게 수정 부당지시 여부 조사
회계사 업무보고-메신저 기록 확보
산업부 등 윗선 겨냥 ‘직권남용’ 수사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전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를 작성했던 회계법인 본사를 최근 압수수색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A 회계법인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평가 담당 회계사의 업무보고 서류와 내부 메신저 기록도 압수 대상에 포함됐다.

A 회계법인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간부들의 요구에 따라 원전을 4년여 동안 계속 가동할 경우 예상되는 전기 판매수익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낮췄다. 이 회계법인은 2018년 5월 10일 ‘계속 가동 시’ 판매수익을 1779억여 원으로 보고 산업부에 초안을 보고했지만 이후 224억여 원으로 변경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A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을 당초 85%에서 60%로 낮추면서 전력 판매단가도 가장 낮은 기준을 적용해 가동을 즉시 중단할 때보다 계속 가동할 경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들은 한수원과 A 회계법인 측에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해 달라고 여러 경로로 요구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이었던 국장급 간부는 한수원 사장에게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해 원전 이용률이 높게 나와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원전산업정책과장은 보고서를 작성 중이던 회계사를 만나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는 2018년 4월 4일 청와대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및 즉시 가동 중단’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A 회계법인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착수했다. 산업부가 청와대의 입맛에 맞게 조기 폐쇄라는 답을 정해 두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경제성 평가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A 회계법인은 산업부와 한수원의 요구에 따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이 같은 요구가 부당하다고 받아들인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소속 회계사 B 씨는 “(실제 원전 전기 판매 단가보다 낮은) 한수원 전망 단가를 적용해 경제성을 평가해 달라”는 한수원 측 요구를 한 차례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가 한수원 업무 담당자에게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산업부와 한수원 간부들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려는 목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B 씨 등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부당하게 압박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월성 1호기#검찰#경제성 평가#회계법인#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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