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 文대통령, 콕 집어 인사…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5일 19시 16분


코멘트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비롯해 아세안 정상 10여 명이 참석한 다자회의에서 특정 국가 정상을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관계 진전을 위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 연이은 방일 속 내년 도쿄올림픽 고리로 협력 제안
문 대통령은 12일부터 나흘간 화상으로 진행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5개 정상회의에서 세 차례 스가 총리와 마주했다. 비록 화상이지만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얼굴을 마주한 것은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를 꼭 집어 인사를 건넨 아세안+3 정상회의와 같은 날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선 일본과 관련해 2개의 제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첫째, 방역 보건의료 분야 다자협력”이라며 “연대와 협력으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동북아 평화의 토대를 다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둘째, 2021년 도쿄·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했던 남북과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 방역협력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촉구하면서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모멘텀으로 활용하자는 의미다. 동시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최근 잇따라 일본을 방문해 스가 총리를 만난 데 이어 이번엔 문 대통령이 직접 일본에 관계회복 메시지를 보낸 것.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보건협력 다자공동체와 도쿄 방역 올림픽은 모두 연결된 제안”이라며 “한반도 문제와 한일관계 등을 염두에 둔 종합적인 포석”이라고 말했다.

●日, ‘선(先) 징용문제 해결, 후(後) 관계 정상화’ 입장 여전
정부여당은 미국 대선 전후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적극 개입하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치않다. 시간문제가 된 일본 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를 앞두고 ‘문재인-스가 선언’ 등 한일 정상간 관계개선 의지 표명을 통해 강제징용 해법 등을 찾아보자는 흐름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한일 갈등 해소 압박도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입법조치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선언만 해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를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가급적이면 모든 한일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되면 징용 문제는 현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고 도쿄올림픽 협력 등을 하자(는 것)”며 “이런 협력을 하는 게 결과적으로 과거사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이 먼저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여전히 강하다. 스가 총리와 밀접한 자민당 간부는 동아일보에 “한일 정상이 새 비전을 선언하는 것도 징용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하다”며 “마지노선은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되지 않는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문희상안’과 같은 특별 입법을 꼽는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문희상안’과 같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법을 제시하는 특별법을 만들지 않으면 한일 갈등 해소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