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한일관계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 전 해빙 분위기가 찾아올지 주목된다.
정부는 미국 대선을 전후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과 말 각각 가와무라 다케오 자민당 간사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국장이 방한해 당국 간 소통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을 찾아 한일 간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 내 관련 동향을 청취했다.
지난 10일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답방 형식으로 일본을 찾았다. 박 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도 면담을 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을 앞둔 시기에 한일 양측이 소통에 나선 데에는 조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이 ‘반중 전선’의 확대 차원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각된 한일 관계는 지난 9월 스가 총리의 취임으로 개선 가능성이 살아날까 기대됐지만 별다른 기류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형식으로 북미 협상을 끌어갔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적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 ‘북핵 대화 재개’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1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내년 도쿄올림픽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도쿄올림픽을 활용해 한반도 평화 무드를 재현하자는 계획이다.
과거에도 스포츠 교류를 지렛대로 삼아 남북이 접촉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해 관계 복원에 나서자는 복안이다.
만약 북미·남북의 북핵 대화가 내년 상반기에 재개될 경우,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일’ 대화 추진 가능성까지 열리게 된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 ‘빅 이벤트’가 성사된다면, 한일관계 개선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일관계의 해빙 무드가 잡히고, 북핵 대화 재개 움직임이 우선적으로 감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데다, 강제징용 해법 외에도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 등 한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기에 양측의 간격을 빠르게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