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與, 가덕도 띄우기… 야권 “정치논리, 국책사업 흔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김해신공항 백지화]
이낙연 “부울경 오랜 염원 길열려”… 김경수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
가덕도 공사비용, 김해의 2배
경제 효과 커… 與 민심잡기 호재
정의당 “지역갈등 조장” 지적도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 결론을 내린 17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동남권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부산=뉴시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 결론을 내린 17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동남권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부산=뉴시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는 최종 검증 결과를 발표하자 여권과 부산경남(PK)은 일제히 환호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경남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선 여권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17일 검증위의 최종 결과 발표 직후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진선미 위원장과 조응천 간사,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총출동했고, 회의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대표는 “부울경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 도중엔 “(가덕도를) 위하여!”라는 구호가 회의실 밖까지 들리기도 했다.

부산경남 주요 인사들도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면서 부산신항과 바로 연계할 수 있는 공항은 현재로서는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했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산에서는 여야 간에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의견 차이가 없다”고 했다. 부산 지역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벡스코(BEXCO) 관계자는 “국제공항이라는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면 수만 명 단위 이상의 국제행사도 부산 유치가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각계각층 325명으로 구성된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는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관문공항으로서 유사시 인천공항 대체 및 국제복합물류(트라이포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통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2022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부산경남 표심을 공락하겠다는 복안이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유치는 여권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유력한 카드. 기존 김해공항 확장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도 여권이 고무된 이유 중 하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공사 비용은 김해공항 확장안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선거 논리가 국책사업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14년 동안 각종 선거를 거치며 무산과 부활을 반복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확정된 김해신공항 계획은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수정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부산 경제계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6월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대표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의 적정성을 국무총리실에서 검증하기로 하면서 김해신공항은 백지화 수순을 밟아왔다.

이날 결정에 대해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묵은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보궐선거에 활용하려는 정략적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정의당 경남도당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매우 신중한 사업임에도 민주당은 선거용으로 지역민의 정서를 부추기며 4년 전 결정 난 국책사업을 뒤집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여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검증위가 시작된 게 열 달도 전이다. 그때 보궐선거가 있었나. 이상하지 않나”고 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그동안 진행해온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박민우 minwoo@donga.com·황형준 / 부산=조용휘 기자
#가덕도#김해신공항#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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