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 결과 못 내고 끝내 해산
최종 2인 압축됐으나 野 추천위원들 비토권 행사
與 "18일이 마지노선"…공수처법 개정 강행 예고
野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자 선정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 "깡패짓" "법치 파괴 행위"…충돌 수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 2인을 선정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와해됐다.
공수처 11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던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데드라인’을 넘긴 만큼 이제 여야 합의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공수처법을 개정해 올해를 넘기지 않고 출범시키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에 야당은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깡패짓’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추천위는 지난 18일 오후 제3차 회의를 열어 후보자 10명에 대한 심사를 이어갔다. 앞선 2차 회의에서 후보군을 압축하지 못했던 추천위는 3차 회의에서 기명투표와 무기명투표를 진행한 끝에 후순위 후보자들을 소거해냈으나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는 못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 후보자로 선정될 수 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자 2명 모두 5표씩 밖에 못 얻었기 때문이다.
뉴시스가 취재한 복수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에 따르면 이날 기명으로 치러진 1차 투표 결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5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 대한변협이 추천한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위원장과 한명관 전 서울동부지검장,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권동주 변호사는 각각 4표를 얻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3표를 얻었고, 민주당이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도 3표를 얻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강찬우 변호사와 김경수 변호사, 석동현 변호사는 각각 2표를 받았다.
위원들은 1차 투표에서 6명의 동의를 얻은 후보자가 안 나오자, 2차 투표는 무기명으로 치르기로 했다.
2차 투표에서는 최운식 변호사 3표, 전현정 변호사 5표(+1표),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 5표, 이건리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과 한명관 전 지검장 각 4표, 권동주 변호사 2표(-2표)를 얻었다. 야당 추천 후보인 강찬우·김경수·석동현 변호사는 1차 투표와 동일한 2표씩 얻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2차 투표의 다득표 순으로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 이건리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한명관 전 지검장 등 총 4명을 압축 후보군으로 추리고 3차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3차 투표에서는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가 각각 5표를 얻었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은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건리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과 한명관 전 지검장은 각각 4표씩 얻었다. 결국 위원 6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보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추천위는 회의 종료 후 보도자료를 통해 “야당 추천위원 2인이 회의를 계속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위원회 결의로 부결됐다. 이로써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라고 밝혔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속개 요청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추천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야당 측 추천위원 2명 만으로 상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여당은 ‘분노’를 드러내며 공수처법 개정을 예고했다. 공수처를 출범하려면 대통령이 처장 후보자를 임명하고, 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11월 말에 출범한다는 가정 하에 역산하면 18일까지는 추천위에서 최종 후보자 2인을 뽑아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었다. 때문에 ‘11월18’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천위 활동 종료 발표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국민의힘의 반대로 합의에 의한 추천이 좌절된 것”이라며 “추천위 결국 빈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추천위는 소수 비토권의 악용으로 아무런 진전 없이 사실상 종료됐다”라며 “국민의힘은 일관된 지연전술로 공수처 무산 전략에만 매달렸다”라고 책임을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천명했듯이 대안의 길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법사위가 중심이 되어 대안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할 것이다. 법을 개정해서 올해 안에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키겠다”고 못박았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당이 반대해도 추천위원 중 3분의 2(5명)가 찬성하면 추천할 수 있도록 의결정족수를 개정하는 안(김용민 의원 대표발의)과 야당의 추천 몫을 국회의장에게 넘기는 안(백혜련 의원 대표발의) 등 두 개정안이 제출됐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야당의 저항도 거셀 전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그런 깡패짓이 어디 있나”라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그 법을 만들 때 공수처가 대통령 마음대로 되는 기관이라는 말에, 야당 추천권이 보장되면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얼마나 자기들이 강조했나”라며 여당의 말바꾸기를 지적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수처 추천위 자진 해체는 민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마음대로 하도록 상납하는 법치 파괴 행위”라며 “국회가 만든 법을 잘못 만들었다며 걷어찬 꼴”이라고 맹공했다.
이어 “추천위 회의를 파탄 낸 추천위원들의 오늘 행적은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후안무치한 법치파괴 동조를 중단하고 추천위 회의에 즉각 복귀하지 않는다면, 역사와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이달 말께 법사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해 12월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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