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의 추가 전세 대책 발표를 앞두고 호텔 방 전·월세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이 심상치 않아지자 더불어민주당이 난감한 표정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특히 뇌관인 부동산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 터진 악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 예정인 전세 대책 중 하나인 호텔 객실 활용 방안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미리 언급하면서 논쟁을 불렀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고위당정청협의에서 정부가 발표 예정인 전세 대책에 호텔 객실 활용 방안이 담겼다는 보고를 받았다. 국토부가 마련해 발표 예정이었던 안이었는데, 지난 17일 관훈토론회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질문을 받은 이 대표가 현장에서 답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됐다. 통상 국토부 발표 대책은 엠바고(보도유예)가 잡히는데, 당 대표가 이틀 먼저 언급하면서 국토부의 공식 발표 전부터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민주당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은 이날 사실상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인 전세 대책을 발표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수만 가구 이상 공급하기 위해 당초 알려진 빈집과 상가, 오피스텔 뿐 아니라 호텔 객실까지 개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호텔 객실을 LH(한국주택도시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해 주거용으로 고쳐 전·월세를 놓는다는 방안은 사실 국토부 작품이다. 국토부의 이런 아이디어는 추가 전세 대책에 포함돼 이날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발표 전부터 국민들의 지탄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거기에 국토부 대책이 이 대표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국민의 비난이 당에 쏟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당정청 ‘원팀’을 외친 마당에 정부 ‘아이디어’라고 항변하기도 힘들다.
야당도 거칠게 조롱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세 난민에서 월세 난민으로 밀려난 국민에게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을 만들어 준다는 정부는 국민을 ‘일세 난민’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말이 ‘하루 벌어 하루 누워 잔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김예령 대변인도 “초등학교 학급 회의 수준의 대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에선 호텔 방 전·월세 대책을 이 대표가 먼저 언급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국토부의 ‘패착’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아무리 호텔 방에 취사 시설을 설치하는 등 개조를 한다고 해도 초단기 대책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너무 나이브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국토부가 마련한 추가 전세대책안을 미리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당 정책위 소속 의원들 일부는 호텔 방 전·월세 방안에 대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국토부와의 당정 협의를 잡았다가 취소한 것도 당에서 국토부 안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워진 호텔업계와 1인 가구, 청년 주거, 공유주택 차원에서 논의된 안의 일부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호텔업계가 워낙 어려운 데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니, 단기 대책 차원에서 청년 주거 개념으로 제시된 것일 뿐, 국토부가 발표하는 전세 대책에는 더 중요하고 실효성 있는 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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