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8일 (현지 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서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북한) 인권 문제에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더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북한과 정치적 협상을 위해 인권 문제에 침묵하거나 열외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공동제안국 불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 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RFA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요구하는 대신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북한에 이 같은 도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어디에서든 인권 유린이 발생하면 이를 비난해야 하지만 그 기본 원칙을 저버리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북한인권특사 역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인권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결국 외교적 진전은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유엔 제3위원회는 18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컨센서스(전원 의견 일치) 방식으로 통과시켰다.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 프랑스 등 58개국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다. 결의안에는 북한군이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과 관련해 ‘킨타나 보고관의 보고서를 받아들인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또 북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국제인권법에 부합해야 한다고 지적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공동제안국 불참에 대해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면서 “컨센서스 채택에는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번영을 통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공무원 피살 사건 공론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킨타나 보고관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6일 남북한 당국에 각각 서해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유가족에게 충분히 제공하라는 내용의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공식 답변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내년 초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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