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통해 배분… 20억회분 계획
美-유럽 등 생산량 대부분 先구매… ‘백신 외교전’ 갈수록 가열될듯
시진핑 “백신 협력” 주도권 잡기… 트럼프 “美 먼저 맞아야” 마이웨이
文대통령 “국제기구 역할 적극지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보급과 개발도상국 백신 공급을 위한 자금 지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주요국들이 이미 초기 생산량의 대부분을 선(先)구매하면서 ‘백신 외교전’이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20 정상들은 21, 22일(현지 시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코로나19) 면역 확산을 위한 세계 공공재(global public good)로서 (백신의) 역할을 인식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 초안에 합의했다. 정상들은 또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적당한(affordable) 가격과 공정한 접근(equitable access)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고 있는 백신 공유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백신공급협의체)’와 치료제 및 진단기기 공급 사업인 ‘액트 에이(ACT-A)’에 자금을 공여해 세계 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 내년 생산량 대부분을 판매하기로 한 상황.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내년까지 생산할 13억 회분의 백신 중 11억 회 분량을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판매할 예정이다.
WHO는 코백스를 통해 모금한 자금으로 내년 말까지 20억 회 분량의 백신을 구입해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코백스를 통해 1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요 제약사 중 현재까지 코백스에 백신 공급을 약속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에 그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선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미중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백신을 모든 국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국은 언제나 세계 평화의 건설자, 세계 발전의 기여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이후 권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개발 중인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해 ‘코로나 백신 외교’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처음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WHO와 백신국제연구소 등 국제기구의 역할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코백스 선구매 공약 메커니즘’에 1000만 달러를, ‘ACT-A’에 50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을 위해 백신 특허권을 국제적으로 관리하는 ‘특허권 풀’ 만들기를 지원하겠다”며 코로나19 백신 협력 방침을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베이징=김기용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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