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연평도 포격사건 10주년인 23일 삼성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 등 재계 고위 인사들을 불러 모아 “남북 경제협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며 남북경협 참여를 요청했다. 통일부 장관이 4대 그룹 인사들과 남북경협을 논의한 것은 처음이다. 이 장관이 이날 연평도 포격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밝히기는 했으나, 남북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로 우리 국민 4명이 사망한 10주년이 되는 날 경협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재계 관계자 11명과 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개발되거나 비핵화 협상 진전으로 대북 제재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기면 남북경협이 먼 미래 문제가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이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남북경협 2.0 시대를 열어나가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이 “남북관계 발전에 더 좋은 기회”라며 남북경협을 통해 비핵화 프로세스에 기여하기 위해 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한 것.
그러면서 이 장관은 “북한 지역 내 개별관광, 철도 도로 연결,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을 착실히 준비하고 작지만 호혜적인 경협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 갈 생각”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이 참석했다. 이인용 사장은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며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를 우리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이 장관이 경협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풀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오전에는 국회에서 열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 방안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에서 “남북 서울·평양 대표부를 비롯해 개성, 신의주, 나진, 선봉 지역에 연락소와 무역대표부 설치도 소망해 본다”며 “연락사무소가 가동된 634일 동안 1157회의 남북 협의가 있었고 우리 민족에겐 꿈을 향해 가는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연평도 포격에 대해 “희생된 장병과 민간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이런 일들이 70여 년 지속된 대결의 장벽이며 우리가 마주한 분단의 가슴 아픈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고 했지만 통일부는 이날 연평도 포격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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