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를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이 윤 총장의 거취 압박에 나섰다. 지난했던 추·윤 갈등을 일단락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추 장관의 조치에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고 야당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향후 정국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추 장관은 전날(24일) 예정에 없던 감찰 관련 브리핑을 열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 직무배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사유로는 Δ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Δ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Δ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Δ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사실 등을 나열했다.
추 장관은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장관으로 검찰총장이 총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 장관의 조치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민주당은 브리핑 직후 곧바로 ‘합리적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개적으로 윤 총장의 거취를 거론했다. 그는 “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며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간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싸잡아 비판할 정도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아쉬움을 표했던 만큼 윤 총장의 직무배제를 계기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와 별개로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5일 다시 회의를 열고 후보 압축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와 상관없이 당일 법사위 소위원회를 열어 소수 비토권 무력화를 위한 공수처법 개정 절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고 여야 의원이 발의한 5건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한 소관 법안을 심사한다.
민주당은 상정된 공수처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하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논의 상황에 따라 소위 의결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 소위원회 의결 가능성에 대해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 결과를 봐야하지 않겠냐”면서도 “우리는 언제든 (개정안 의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와 공수처 출범의 연관성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이 있겠냐”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국회의장의 마지막 노력으로 의장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지막 성의로 열리는 만큼 국민의힘 측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최종적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25일에도 후보 추천위원회가 후보군 압축에 실패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해 연내 출범,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이 검찰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들며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공수처 출범을 강행할 경우 향후 정국도 차갑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무법(無法) 전횡’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출석을 요구하는 전체회의 개회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윤 총장 본인도 강경한 태도로 응수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검 측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나 징계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장관의 직권남용죄를 문제 삼아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 장관의 징계청구 등 조치가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제2의 ‘추-윤 충돌’로 비화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민생 법안 처리 등 여권의 연말 정국 운영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