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다. 왕 부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매개로 미중 갈등 속 한국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25일 “문 대통령이 왕 부장을 접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 왕 부장이 방한 중 문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왕 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오찬 외에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최근 한국 내 동향을 주시해온 중국이 왕 부장 방한을 통해 “한중관계가 중요하니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동안 우리 정부와 시 주석 방한 시기를 조율할 전망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시 주석 방한을 원해왔기 때문에 왕 부장이 방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왕 부장이 여권 핵심 인사층과 다양하게 접촉하는 것은 (미중 갈등 사안에서) 한국의 진의를 파악하고 향후 외교안보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24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중국 견제 정책인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직접 언급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집권 첫 해 민주국가 간 협의체인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겠다며 민주주의 가치를 기준으로 중국이 배제된 연대를 꾸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진이 동맹 간 연대를 통한 중국 압박을 강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미중 갈등 속에서 또다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왕 부장이 방한 직전 찾은 일본에서는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방한 기간 중에는 한중 외교장관 공동 회견이 예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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