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회담, 예정된 일정보다 25분 늦게 시작
왕이 "韓 방문, 중한 관계에 대한 중시 보여주려"
강경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더욱 내실화"
코로나19 협력, 고위급 교류, 한반도 문제 논의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서 오찬 후 文대통령 예방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 “양국 관계는 코로나19 시련을 견뎌내서 강인하고, 더 활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이날 서울 외교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한 것은 우리의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중한 관계에 대한 중시를 보여주고,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이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8월 부산을 찾은 후 두 번째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이다. 당초 회담은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왕이 부장이 늦게 도착하면서 24분 가량 늦게 진행됐다.
왕이 부장은 “코로나 사태 발발 이래 중한 양국 국민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줬다”며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어려울 때 한국 각계에서 중국 국민에게 보내준 지지와 도움에 감사드린다. 각자의 노력을 통해 양국은 모두 효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통제했고, 방역과 경제 생산 활동의 정상화를 포괄적으로 다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가장 먼저 신속통로를 신설했고, 협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중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국제 및 지역문제에 대해서 교류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노력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촉진하며 글로벌 가버넌스 체제의 복원을 위해 각자의 기여를 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왕이 부장은 “오늘 양국 간 각 분야 교류와 협력에 대해 정리하고,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서 전략적 소통을 할 생각”이라며 “회담이 반드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강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에도 8월 양제츠 정치국원에 이어 양 위원이 방한한 것은 한중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측 정상 간 통화도 여러 번 있었고 각급에서 활발하게 소통했다. 신속통로 같은 효율적인 방역 협력 사례도 만들었고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이지만 양국간 경제 협력은 원만히 유지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양국 관계 지속적 발전에 대한 정상 차원에서의 공통된 의지를 바탕으로 제반 분야에서의 성과를 평가하고, 2022년 수교 30주년을 앞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해 나가는데 대한 의견 교환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여건을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가는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양국 관계를 넘어서 코로나19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 간 국제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며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 등 여러 가지 지역적, 국제적 현안에 대해서도 양국이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은 코로나19 대응 협력, 양국 간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방한 의제에 대해 “양국 고위급 간 전략적 소통과 코로나19 방역, 생산 회복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국제 및 역내 업무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시 주석의 방한은 상반기에서 연내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성사시킨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는 등 여건은 녹록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왕이 부장이 한·미·일 3각 공조에 견제구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당선자 역시 동맹국과 협력을 통해 대(對) 중국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전하고, 한국과 우호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외교장관 회담 이후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오찬을 한 뒤 오후 4시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왕이 부장은 여당 핵심 관계자들도 두루 만나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이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한다. 왕이 부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때도 이 전 대표와 만나 한중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 앞서 2017년 5월 이 전 대표가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회동한 바 있다.
오는 27일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홍익표 원장, 윤건영·이재정 의원과 조찬을 갖는다. 이후 국회를 방문해 박병석 국회 부의장을 예방하고,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앞서 왕이 부장은 지난 24일~25일 일본을 방문한 뒤 전날 밤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왕이 부장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해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메시지를 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스가 총리는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 해양 및 안전 보장 문제에서 중국의 전향적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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