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벌이고 있는 사상 초유의 갈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침묵을 겨냥해 “다른 세상에 사는 분”, “비겁함의 상징”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검찰총장 관련해서 아무런 말도 안 하고 가만있는 건 아니다(옳지 않다)”라며 문 대통령의 침묵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인사권자인데, 검찰총장을 불러서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법적 근거를 따질 필요가 없다. 인사가 꼭 법 규정만 따라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윤 총장을 해임해서라도 사태를 수습하라는 의미다.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최소한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국민들 앞에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회의 직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발언한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또 당 회의실 내 백드롭(배경 현수막)도 2013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사의 표명 직후에 문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문구로 전면 교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지금 모든 난장판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하며 가고 있는 대통령의 길은 정도가 아니라 사도”라며 “BTS(방탄소년단)나 봉준호 감독 격려하는 자리에만 얼굴 내밀고 숟가락 얹는 수준의 대통령이라면 국정을 이끌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이날 논평에서 “현재의 국정 파행은 문 대통령이 행정수반으로서 책임지고 조정하려는 책무를 회피하는 데에 있다”며 “ 대통령이 국정책임자로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징계위가 소집됐으니 현재로선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징계가 결정되기 전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야당의 비판에 대해 “대통령을 정쟁의 한 복판에 세워 놓고, 떼로 몰려들어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비열한 정치를 그만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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