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당 단독으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처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개정안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에 이관하되,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은 개정안 처리로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될 경우 국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경찰의 권한이 커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보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금지하기 위해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 대공, 대정부 전복 등 불명확한 개념을 삭제하고 직무 범위를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위성자산 정보 등의 수집·작성·배포 등으로 명확히 규정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하기 위해 정치 관여의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수집·분석하기 위한 조직 설치를 금지하고 특정 정당, 정치단체, 정치인을 위한 기업의 자금 이용 행위를 금지하는 등 정치개입 금지 유형을 확대했다”며 “국회의 통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보고를 요구할 경우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전체회의가 끝난 뒤 정보위원장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으로 이관하는) 결정을 하는 대신 야당에서 우려하는 경찰의 대공수사에 대해서는 대공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을 전제로 3년간 유예하는 것을 제시했고 공감대를 이루려 노력했다”며 “야당과 함께하지 못해 굉장히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하지만 참여정부 때부터 (국정원 개혁을) 논의한 것이 상당기간 됐고, 21대 국회에 들어서도 몇 개월간 논의한 결과인 만큼 절차에서 (야당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일을 많이 했다면 의결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원의 제도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서는 “대공수사권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국정원의 기능은 강화되고 다만 수사단계에서 경찰이 적절한 수사 기관과 연계하기 때문에 수사 역량의 감소 우려는 크지 않다”며 “야당은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는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3년 남은 유예 기간 동안 잘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방첩, 사이버 범죄 등은 경찰과 연계해 체포단계에서 수사권을 이양하게 된다.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개정안에는 가급적 수사기관과 국정원은 정보공조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제조항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정보위 회의실 앞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하고 여당의 개정안 단독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개정안 중 독소 조항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정보수집 대상에 부동산시장 교란, 주식시장 교란 등 경제교란 조항이 있다. 민간인 사찰에 악용될 수 있어 빼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해외연계 경제교란으로 수정해 통과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또 하나는 대공수사권 이관인데, 이사할 집은 없는데 이사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경찰은 현재 개편 논의 중인데 경찰 개편안 논의에 대한 정부안을 보면 대공수사팀이 경찰에 가면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위원회 지휘를 받게 된다. 보스가 세 명인 조직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은 국내 정보를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경찰은 국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이것이 경찰에서 다시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며 “국내 정보 수사와 결합돼 저희가 볼 때는 5공 시대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게 되면 국정원이 가진 조직·인력을 다른 기관으로 이첩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어디에도 없다”며 “자연히 인력과 예산이 국정원의 정보활동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 제5조에 국정원의 정보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받은 기관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들어갔는데, 국정원의 감찰기능을 오히려 대폭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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