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독주 與,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국정원법 단독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0일 22시 07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30/뉴스1 © News1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30/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로써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이어져 온 국정원의 간첩수사 기능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은 이날을 국정원법 개정일로 정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9월부터 시작된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여당이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오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중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간첩 잡는 기관인데, 그 분야를 없애면 사실상 대공수사 기능 전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이어 오후 2시에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1시간 반가량 찬반 격론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단독 처리에 나섰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전원 퇴장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24일 정보위 법안소위에서 만장일치 합의 관행을 생략하고 의결한 국정원법 개정안이 6일 만에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한 것.

전체회의를 통과한 국정원법 개정안에는 국정원이 가진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되 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경찰 내에 대공수사권을 이전할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청법 개정안을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전 위원장은 이날 법안 처리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 개혁은 참여정부 때부터 진행된 사항”이라며 “수년 간 해왔던 국정원의 제도개선이 이뤄진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 하태경 정보위 간사는 경찰이 수사권 이관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을 빗대 “이사할 집은 없는데 이사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고 정치 관여 우려가 있는 정보를 수집 또는 분석하는 조직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국가기관은 국정원의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경제질서 교란에 대한 방첩’ 활동이 포함돼 사실상 ‘전국민 경제활동 사찰법’이라는 야당의 지적이 이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으로 조항을 수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정보위 관계자는 “‘해외’라는 단서를 추가했다고 해도 방첩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부동산을 이유로 국민의 사생활을 캐거나 경제 문제로 기업인에 대한 민감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기 간사는 “내국인에 의한 경제교란 질서 행위는 방첩 정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심사 과정에서 대공수사권 폐지 등에 대해 재차 반대 입장을 펴는 한편 여론전을 병행하면서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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