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 130억 원을 들여 추진했던 대북 쌀 지원사업이 북한의 거부로 1년 반 만에 결국 무산됐다. 통일부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5만 t을 지원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사업 비용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내년 북한에 쌀·비료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북한이 남측의 지원을 전면 거부하는 상황에서 남북협력 재개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30일 “WFP를 통해 쌀 5만 t의 대북 지원을 추진해 왔으나 현재까지 (북한이 지원을 거부하는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사업관리비 1177만 달러(약 130억 원)를 올해 안에 환수하는 방향으로 WFP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에 WFP를 통해 쌀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쌀의 수송, 분배, 모니터링에 필요한 사업관리비 명목으로 1177만 달러를 WFP에 송금했다. 현 정부의 첫 대북 쌀 지원 사업이자 2010년 쌀 5000t 지원 이후 9년 만에 정부 차원의 쌀 지원을 추진한 것. 당초 직접 지원을 검토하던 정부는 북한이 협의를 거부하자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 방식을 택했다.
이마저도 지원 의사를 밝힌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한 북한이 쌀 수령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난해 한 차례 이월했던 미집행 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에 다시 이월할 수 없어 환수 절차에 나섰다”며 “내년에 관련 사업을 다시 추진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 지원을 거부하던 북한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부 의사를 더 강하게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내년 봄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경 봉쇄가 지속되면서 한동안 대북 지원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과거와 달리 한국의 인도 지원에 상당히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며 “단순히 식량, 비료를 주는 시혜적 성격의 지원으로는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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