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바레인 '마나마 대화' 참석해 주제 연설
UAE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모색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對) 중동 외교에 나선다. 차기 바이든 미 행정부 대외 정책에서 중동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요동치는 중동 정세를 살피고,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보건 협력은 물론 경제 외교를 가속화하기 위한 행보다.
강 장관은 3일 밤 늦게 출국해 두바이를 경유해 바레인으로 향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4일 바레인 정부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공동 주최하는 제16차 마나마 대화에 연사로 초청을 받아 ‘코로나19 상황 하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연설한다. 이후 중동 국가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마나마 대화는 아시아의 ‘샹그릴라 대화’와 유럽의 ‘뮌헨 안보회의’와 함께 주요 국제 안보포럼으로 2004년부터 중동 및 미국, 유럽 등 지역의 외교·국방 분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참석 인원이 80여명 수준으로 제한됐으며, 대면과 화상회의를 병행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지난 27일 피살되며 중동 정세가 격변하고 있는 만큼 마나마 대화에서는 중동 문제와 각국의 대응 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테러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이란 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이란 핵 합의 (JCPOA,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에 복귀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핵과학자 암살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 이란 핵 문제 협의는 물론 중동 평화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한국 외교에서 4강 외교뿐만 아니라 대 중동 외교는 에너지, 안보,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강 장관은 5일에는 UAE를 방문해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자 관계, 지역 정세 등을 논의한다. 이후 내년에 개최 예정인 두바이 엑스포(EXPO) 현장을 방문해 건설 중인 한국관을 시찰하고, 린 빈트 이브라힘 알 하쉬미 국제협력 장관 겸 두바이 EXPO위원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UAE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며 “원전과 에너지, 식량안보, 과학기술, 문화 등 전 분야에서 협력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협력 사업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가속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 가동 행사 참석을 위해 방문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된 후 고위급 교류 모멘텀을 이어가고,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방문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UAE 방문에서 보건 협력 강화 방안과 경제 외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UAE에 코로나19 검체 채취키트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보건 협력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중동 보건협력 유관기관 간담회를 여는 등 UAE와 세부적 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실제로 중동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인프라 건설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신규 사업 발주를 앞두고 강 장관은 우리 기업들을 측면 지원하는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부가 공식적인 유치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부산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사전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외 정책을 보려면 중동을 보라는 얘기가 있다. 바이든 때도 중동은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이고, 최근에는 현안 때문에 굉장히 격변하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중동 외교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0